2025.07.05(토)

스포츠

탁구, 얼어붙은 남북 관계 해빙의 열쇠 될까

2025-07-04 13:20

남북, 시상대에서 만나 '빅토리 셀피'. 사진[연합뉴스]
남북, 시상대에서 만나 '빅토리 셀피'. 사진[연합뉴스]
작년 파리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의 셀카 사진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탁구 종목이 경색된 남북 체육 교류를 재개하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탁구는 남과 북이 가장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온 스포츠 분야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사상 최초로 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했고,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현정화, 홍차옥(이상 남측), 리분희, 유순복 등이 뛴 단일팀이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이분희. 사진[연합뉴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이분희. 사진[연합뉴스]
또한 2018년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 때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은 8강 대결 대신 단일팀을 구성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단일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바 대회 이후 27년 만의 '원팀'으로 획득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 때 남북 단일팀이 동메달을 따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 때 남북 단일팀이 동메달을 따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체육 교류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탁구가 달라진 대북 정책을 보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중지 요청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유화책을 제시하면서 탁구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아시아탁구연합(ATTU) 총회에서 202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과 2028년 아시아선수권 유치에 성공했다.


북한은 내년 6월 또는 7월에 아시아주니어선수권을 평양에서 개최해야 하고, 우리나라도 이듬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평양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북한은 오는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단체전)에도 선수단을 파견하고, 대회 기간 중 열리는 ATTU 총회에서 대회 준비 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회에서는 북한이 내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개최를 앞두고 경기장과 숙소 등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점검하는 한편 비자 발급 등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성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직접 인도를 방문하거나 '원조 남북 단일팀' 주역인 현정화 협회 수석부회장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남북 탁구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정화 수석부회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탁구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남북이 스포츠 교류를 해왔던 종목"이라며 "여자팀의 경우 경기력이 비슷한 데다 두 차례나 단일팀을 구성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색된 남북 스포츠 교류에 돌파구를 여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택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촌장도 "저는 선수와 지도자로 탁구 남북 단일팀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다"며 "10월 아시아선수권 때도 인도를 방문하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