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3(금)

야구

'프로로 돌아갈 때'라던 김성근 감독, 그 속에 담긴 뒷 이야기

6월 모 강연에서 '프로 컴백' 의사 내비쳤으나, 한 달 여 만에 '원더스 잔류' 선택

2014-09-12 00:49

▲서울모처에서강의에나선김성근감독.이당시까지만해도김감독은프로복귀에대한의지를살짝드러내보였으나,곧그뜻을접은바있다.사진│김현희기자
▲서울모처에서강의에나선김성근감독.이당시까지만해도김감독은프로복귀에대한의지를살짝드러내보였으나,곧그뜻을접은바있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6월, 필자의 지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 바 있다. 통화 내용은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서 강의를 하는데, 한 번 들으러 올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즉각 해당 장소로 향했고, 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김성근 감독의 인생철학과 야구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감독의 인생관에 대해서는 저술이나 방송, 그리고 그라운드 주변에서 ‘미니 인터뷰’ 형식으로 자주 들어왔지만, 이렇게 일반 기업체를 통하여 2시간 이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강연을 통하여 영구 귀국 이후부터 최근 고양 원더스 감독직에 오를 때까지의 인생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그러는 한편, ‘1등을 이기는 2등’이 되기 위해서는 죽을힘을 다 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한 토크쇼에서 ‘부상 때문에 50%만 하고 쉬자는 것은 패배자라고 본다. 50% 속에서 100%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왜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운동에만 매달리는지 바로 여기서 알 수 있었던 셈이다. 김 감독 역시 “강의에 오기 전까지 베팅 볼 쳐 주고 왔다. 지금도 코치들이 선수들과 뙤약볕 아래서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고양 운동장에서 서울로 오기 직전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 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이야기, 한 달 만에 접은 사연

당시 강의 내용 중에는 저술이나 토크쇼 등을 통해서 알려진 ‘야구 하다가 12번 해고된 사연’에 대한 이야기, 제대로 된 선수 한 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김 감독의 철학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때로는 직접 공을 잡으며, 상대 투수의 ‘쿠세(각 투수만이 지니고 있는 투구 전 독특한 습관)’를 재빨리 피악하여 상대 팀 사인을 읽어내는 방법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능했기에 붙여진 별명도 ‘잠자리 눈’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강의 이후에 받았던 질문 내용이었다. 야구와 경영 철학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던 가운데, 마지막 질문 기회를 부여받은 이의 질문이 꽤 직접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예민하기까지 했다. 그 질문은 “프로를 떠나신지 꽤 오래되셨는데,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이십니까?”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소 솔직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의 대답 역시 거침이 없었다. 당시 김 감독은 “불러 주는 곳이 있어야 가든지 말든지 생각할 것 아닌가!”라는 말로 주위의 웃음을 자아낸 뒤에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라며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양 원더스 허민 구단주도 “선수뿐만이 아니라, 감독/코치님도 프로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보내드릴 수 있다.”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시 강의를 들었던 이들 모두 ‘노장의 컴백’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큰 박수를 건넨 바 있다. 그것이 불과 석 달 전 일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로 돌아갈 수도 있다.’라는 김 감독의 의중은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원더스 잔류’ 쪽으로 선회하게 됐다. 7월부터 불거진 ‘원더스 해체설’이 계기가 됐던 셈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허 구단주와의 면담을 통하여 ‘시간을 갖고 원더스 문제를 고민해 보기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 사이에 고양 원더스는 꾸준히 선수들을 프로로 진출시켰고, 특히 이번 신인지명 회의에서는 포수 정규식이 LG의 지명을 받으며 구단 역사상 최초의 ‘드래프트 지명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정도만 놓고 보면, 내년 시즌에도 고양 원더스의 정상 운영과 김성근 감독의 사령탑 연임도 불가능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허민 구단주가 전과 같이 ‘기분 좋게’ 거액을 투자하기에는 여건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고양 원더스에 대한 예우가 3년 전과 비교하여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원더스 해체 발표 이후 “야구계가 원더스를 버렸다,”라고 직격탄을 나린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프로행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채 원더스 잔류를 선택하고자 했던 김성근 감독. 자리에 연연하는 인사가 아닌 만큼, 프로냐 아니냐를 떠나 감독 자리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13번째 감독직’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 ‘미련’도 남았을 것이라 본다. 본인뿐만이 아니라, 80여 명의 선수/코칭스태프/프런트가 모두 원더스에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나를 포함하여 모두 같이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떠나야만 하는 노장을 위하여 야구계는 여전히 아무런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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