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3월에 방출 통보를 받자마자 추신수 선배님께서 연락을 해 오셨다. 방출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시면서 ‘내가 도와주겠다.’라며 적극 나서주셨다. 그러면서 ‘네가 다시 일어서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내가 아무리 도와 줘도 너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어보셨는데, 솔직히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만 해도 정말 고마웠다.” 나경민의 진심이다.
사실이다. 추신수 입장에서 보면, 나경민은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될 후배’였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서 같이 야구를 하고 있다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도 그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나경민이 미국에서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원한다면, 다른 구단에 그를 추천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나경민 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법했다.
미련 없이 돌아온 한국. 그리고 ‘내년’을 노리는 외야 유망주, 나경민
하지만, 나경민은 주저 없이 귀국을 선택했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기에는 그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신수와의 만남을 떠올린 나경민은 “트라이아웃(마이너리그 선수 공개 선발)은 시도조차 못 했다. 그만큼 팔꿈치가 성치 않은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추신수 선배님께도 ‘안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귀국을 해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한국 프로야구에 도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도와주시겠다는 의사를 고사한 바 있다.”라며 당시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에 추신수도 나경민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것으로 둘의 ‘짧고 굵은 만남’은 일단락됐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4월에 귀국한 그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팔꿈치부터 점검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인대 손상이었다. 곧바로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 임한 그는 수술 과정에서 또 다시 뼛조각이 발견되어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재활 프로그램만 원활하게 소화하면 예전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에 그는 공익근무에 임하면서 꾸준히 몸만들기에 돌입했고, 오는 11월이면 복무 1년째를 맞는다.
짧고 굵었던 미국에서의 생활은 다시 ‘인간 나경민’을 찾게 하여 준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후회는 없다. 사실 미국 진출도 나에게 그러한 기회가 왔기 때문에 내가 좋은 조건에 갈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양키스에 입단한 박효준(야탑고)도 그래서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미국이든 어디든 난 도전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나경민은 내년 4월이면 ‘해외 진출 선수, 2년간 국내 복귀 금지’ 규정에서 풀린다. 즉, 2015년 8월에 열리게 될 신인 2차 지명 회의에는 지명 대상자로 참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에서 떠나 올 때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왔다. 아직 나 자신이 선택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 오히려 배워 온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국내 무대에서 잘 활용해 보고 싶다.”라며 지명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경민은 이러한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했다. 몸을 다친 만큼 자신감도 예전만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팔꿈치 상태는 완벽하다. 오히려 올해 야구를 했다면, 정말 펄펄 날았을 것 같다(웃음). 그러나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미국야구는 국내처럼 지도자가 선수를 맨투맨으로 밀착 지도를 해 주지 않는다. 경험을 통하여 경쟁을 시키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만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에서 배워 온 것도 바로 그러한 부분이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국내로 복귀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움직일 줄 아는 선수가 되겠다.” 나경민의 진심이다.
나경민. 물론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선수가 왜 국내로 복귀하려 드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거는 하늘이 점지해 준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실력이 있어도 여러 가지 요소가 잘 결부되어야 이학주(템파베이), 최지만(시애틀)처럼 트리플A까지 오를 수 있는 법이다. 그 안에서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차별로 어린 선수들이 심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유턴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는 있다. 실력보다는 여러 가지 외부 요인에 의하여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국내 무대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있을 ‘2016 제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 그를 선택하는 구단이 있어야 한다. 물론 희망은 있다. 지난해에도 정영일(SK, 현재 상무 복무)과 최형록(두산) 등 해외 유턴파가 두 명이나 지명을 받으며 나름 ‘신인지명 회의’의 블루칩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SK와 두산 스카우트 팀은 “일반 고교/대학 선수들에 비해 경험적인 요소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라며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대로 나경민 본인도 현재 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을 바라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짧지만 강렬했던 미국 생활을 토대로 국내에서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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