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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47] 왜 ‘챔피언십(championship)’을 ‘선수권대회’라고 말할까

2022-07-14 06:34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상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상혁.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현지시간으로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 24일까지 10일동안 스포츠의 원초적인 매력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진 세계선수권에는 난민 팀을 포함한 192개 팀에서 1,972명이 출전해 49개 종목에서 경쟁한다.

이번 대회의 영어 정식 명칭은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Oregon22’이다. 우리 말로 ‘World Athletics’는 ‘세계 육상’, ‘Championships‘는 선수권대회라고 말한다. (본 코너 686회 ’국제육상연맹(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이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이 된 이유‘ 참조) ’Oregon22’는 개최장소와 개최연도를 뜻한다.

대부분의 스포츠종목에서 최고의 선수나 팀을 뽑는 권위있는 대회에는 ‘Championships‘이라는 명칭을 붙인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이 말은 19세기초 영국에서 근대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 우승자를 뜻하는 ’Champion’을 뽑는 단어로 처음 사용됐다. ‘Champion’과 접미사 ‘-ship’을 합쳐 만든 것이다. 원래 ‘Champion’은 13세기 프랑스어에서 쓰던 말이었다. 어원은 군인들이 군사훈련을 하는 들판을 가리키는 ‘Campus’에서 유래됐다. 현재도 프랑스어로 ‘Champ’는 장소를 뜻하는 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번화가인 샹젤리제는 프랑스어로 ‘Champs Elysees’라고 표기한다. 극락의 장소라는 뜻이다.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후 서양문물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Championship’을 일본식 한자어 ‘선수권대회(選手權大會)’라고 표기했다. 운동에 능하다는 의미인 ‘선수(選手)’는 ’Champion’을 번역한 말이다. 영어 원어가 들판에서 훈련하는 전사(戰士)의 의미를 갖고 있어 스포츠에 참가하는 선수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권세’, ‘권력’, ‘권한’ 등을 나타내는 한자어 ‘권(權)’은 영어 접미사 ‘ship’를 번역한 단어이다. ‘대회(大會)’라는 말은 영어 본래 말에는 없지만 불교 문화권인 일본에서 큰 법회를 의미하는 단어로 선수권 뒤에 붙이게 된 것이다. (본 코너 667회 ‘왜 ‘대회(大會)’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참조)

우리나라에서 선수권대회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사용했다. 원래는 일반적으로 ‘야구대회’, ‘축구대회’와 같이 종목과 대회를 합쳐 쓰다가 대회 앞에 ‘선수권’이라는 말을 붙여 ‘야구선수권대회’, ‘축구선수권대회’ 등으로 썼다. 조선일보 1923년 10월29일자 ‘철각 장군 양정생(鐵脚將軍養正生) 선수권경기대회(選手權競技大會)에셔 우승(優勝) 젼죠션의 션수가 다 모민 마당에서 넓은 훈련원 열두박휘 도는 경기에’라는 기사 제목에서 보듯이 이미 선수권경기대회라는 말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양정고보 학생이 훈련원에서 12바퀴 도는 육상 경기에서 전 조선을 대표해 우승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우승한 학생을 ‘철각 장군’이라고 표현한 것이 특기할만하다. 선수권대회라는 말은 해방 이후에도 일반 명사처럼 대부분의 대회에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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