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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86] 국제육상연맹(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이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이 된 이유

2022-05-03 13:41

세계육상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에서 결승선에 들어오는 세계주요 스프린터들.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세계육상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에서 결승선에 들어오는 세계주요 스프린터들.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1894년 창설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을 위한 무대였다. IOC를 운영하는 조직체는 모두 유럽사람들에 의해 운영됐다. 유럽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된 이유이다. IOC의 정식 명칭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 담겨있었다. (본 코너 685회 ‘왜 ‘IOC’를 ‘국제올림픽위원회’라고 말할까‘ 참조) IOC 산하경기단체도 모두 종목 앞에 국제라는 의미인 ‘International’를 사용했다. 예를들어 국제육상연맹은 ‘International Amateur Athletic Federation(IAAF)’ 등으로 표기했다.

20세기 전반기 유럽인들은 ‘International’이라는 단어를 세계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고, 다른 대륙 국가들은 세계의 중심 밖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중심으로 국제연합의 전신인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탄생하기도 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 들어간다는 뜻인 ‘탈아입구(脫亞入口) 기치를 높이 치켜 든 일본은 유럽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서양 사회과학 용어들을 일본식 한자어로 만들어 지식을 수용했다. ’International‘를 나라간의 국제관계라는 ’국제(國際)‘라는 말로 의역한 것은 당시 유럽의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IOC 산하 경기단체 명칭에 세계(世界)라는 의미인 ‘World’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의류업체인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국제기구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2000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국제육상연맹은 2001년 프로선수 출전을 허용하며 아마추어 단어를 뺀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thletics Federations’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2019년에 'World Athletics'로 변경했다. 1931년 창설한 국제양궁연맹은 영어 ‘International Archery Federation(프랑스어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Tir à l’Arc)‘로 표기하다가 2011년 ’World Archery Federation(WA)‘으로 변경했다. 현재 ’World’가 들어간 단체는 육상, 양궁 이외에 태권도, 럭비, 트라이애슬론, 요트 등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는 1973년 김운용 전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주도해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Federation)을 창설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발족할 당시에는 IOC 산하 단체가 아니었다. 세계태권도연맹이라고 이름을 내 건 것은 최홍희가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을 이미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과의 정통성과 차별성을 위해 단체 명칭에 ‘세계’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본 코너 656회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세계’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참조)

옥스퍼드 사전 등에 따르면 영어 ‘World’는 고대 영어 ‘Weorold’가 어원으로 원래 ‘인간의 시대’를 의미한다. 독일어로 고지대를 의미하는 ‘Weralt’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세계는 라틴어로 ‘Mundus’로 표기하는데 원 뜻은 우아하고 깨끗하다는 의미이다. 세계라는 의미인 스페인어 'Mundo'는 라틴어가 어원이다.

세계(世界)라는 말은 원래 중국,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쓰던 불교용어의 한자어이다. 세계는 산스크리트어 'loka-dhaatu'의 번역어로 알려져 있다. 'loka'는 '공간, 빈 곳', 'dhaatu'는 '영역'의 의미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는 한자어로 한역할 때 '인간 세(世)'는 시간의 중첩을, '지경 계(界)'는 공간의 중첩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게 된 것이다.

일본어원사전등에 의하면 일본 에도시대 당시 세계지도를 담은 ‘세계도병풍’이 널리 유포되면서 현재와 같은 세계라는 의미를 갖게됐다. 1867년 미국 선교사 제임스 커티스 헤본이 편집한 일본 최초의 일·영사전에서 ‘World’를 ‘世界’로 공식 표기했다.

일본이 의역한 ‘世界’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세계를 불교용어로서 널리 사용했으며,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때인 1923년 현재의 의미로 표기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1920년 창간 당시 이미 ‘세계’라는 말을 썼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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