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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58] 왜 태권도를 ‘국기(國技)’라고 말할까

2021-11-21 08:23

이동섭 국기원장이 19일 오후 4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직접 방문해 명예 9단증을 수여하고 태권도복을 증정했다. [국기원 제공]
이동섭 국기원장이 19일 오후 4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직접 방문해 명예 9단증을 수여하고 태권도복을 증정했다. [국기원 제공]
세계태권도 중심도장 국기원 현관 앞에 설치된 '국기 태권도 기념비'. 올 3월30일 일명 태권도법 개정 3주년을 맞이해 설치했다. [국기원 제공]
세계태권도 중심도장 국기원 현관 앞에 설치된 '국기 태권도 기념비'. 올 3월30일 일명 태권도법 개정 3주년을 맞이해 설치했다. [국기원 제공]


2018년 3월 30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일명 태권도법)’을 개정했다. 태권도법 제1장 총칙 제3조의 2에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태권도로 한다’고 명문화했다. 태권도법은 현재 국기원 원장을 맡고 있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28명이 공동 발의해 통과시켰다.

세계태권도의 중앙 도장인 국기원(國技院)은 올해 초 이동섭 원장이 취임한 뒤 3월 30일 태권도가 법률에 의해 국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기 태권도 지정의 날 기념식과 함께 ‘국기 태권도’라는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기념비는 국기원 현관 입구에 설치됐다.

태권도가 법률로 정해 국기로 따로 명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수도 서울, 국가 애국가, 국화 무궁화 등 국가 상징적인 이미지도 사실 법적으로 명시된 것이 아니라 관습상으로 지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기는 전통적으로 내려오거나 고유한 문화 영역을 가지고 있어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을 말한다. '나라 국(國)'자와 '재주 기(技)'가 합성된 한자어로 원래는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본 대백과전서에 따르면 국기는 에도 막부시대(1804-30년)에 유행한 바둑을 사무라이들이 부른 것이 시초였다. 국가라는 말이 본격 유행한 것은 1909년 6월 도쿄 료고쿠(兩國)에 스모 전용 상설관이 처음 건립되었는데, 당시 유명 소설가인 에미 스이인(江見水蔭)이 추천사에서 “스모(相撲)는 일본의 국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건물 이름이 ‘국기관(館)’으로 정해진 것이 계기였다.

국기를 영어로는 ‘National Sports’라고 말한다. 국가스포츠라는 의미로 그 나라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거나,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스포츠를 의미할 때 쓴다. 일본의 스모, 유도나 미국의 야구, 미식축구 등이 국기로 거론된다. 일본이나 미국 등은 국기는 법적으로 정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스포츠 종목을 국기로 정한 국가는 한국 태권도, 브라질 카포에이라, 캐나다 라크로스(여름) 아이스하키(겨울) 등 몇 개국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국기 태권도라는 말을 공식적인 휘호로 기록된 것은 최홍희 전 대한태권도협회장이 1965년 '國技跆拳道 蒼軒 崔泓熙'라는 휘호와 박정희 대통령이 '국기태권도 1971년 3월 20일 대통령 박정희'라는 휘호 2개가 있다. 박 대통령의 국기태권도 휘호는 당시 WTF(세계태권도연맹) 김운용 총재 때 내려졌다. 김운용 총재는 1972년 11월30일 국기원 개관식 때 “국기(國技)인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현재 세계40개국에 파견되어있는 한국(韓國)사범들로 하여금 참가를 종용,명실공히 세계선수권다운 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당시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국기원이 19871130일에 간행한 교본은 33쪽짜리 '국기태권도교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책 발간사에는 태권도기술의 우월성은 물론 심신수련, 인격도야, 인격향상이라는 목적이 높이 평가되어 1971년에는 우리나라의 국기로 지정되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국기태권도'라는 말은 200595일 초판 1(국기원 편)에서부터 삭제되었고 교본의 이름은 '태권도교본'으로 바뀌었다. '국기'라는 표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 대신 교본의 추천사에는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라는 조정원 WTF 총재의 말이 들어갔다.
이제 '국기 태권도'라는 말은 시대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담은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대한민국의 고유 전통 무예인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하고 법적으로 태권도가 한국의 국기로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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