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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54] 왜 생크(Shank)라고 말할까

2021-11-15 07:13

배구에서 생크는 서브볼을 수비수가 잘 받지 못해 코트 밖으로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사진은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구솔(가운데), 하혜진(왼쪽) 등이 서브 볼을 건지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에서 생크는 서브볼을 수비수가 잘 받지 못해 코트 밖으로 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사진은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구솔(가운데), 하혜진(왼쪽) 등이 서브 볼을 건지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많은 골퍼들은 생크(Shank)를 최악의 샷으로 간주한다. 클럽 페이스가 아닌 다른 부분에 맞아 공이 불규칙하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생크가 나면 공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에 떨어져 골퍼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든다. 남자프로골프 세계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3번이나 달성한 골프의 제왕 잭 니클로스도 생크를 경험했을 정도로 고질적으로 나온다.

그동안 생크라는 말은 골프에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야구, 축구, 배구 등 다른 종목에도 이 말을 사용한다는 것을 용어 탐색을 통해 알게 됐다. 모두 비정상적으로 공이 날아갈 때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크는 원래 무릎과 발목 사이의 앞쪽 뼈인 정강이를 뜻한다. 유럽어의 모체인 인도유럽어 ‘(s)keng’에서 유래했으며 독일어 ‘Schenkel’, 고대 영어 ‘Scanca’, 중세영어 ‘Shanke’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말이다. 스포츠에서 생크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발보다 뒤쪽에 있는 정강이가 먼저 움직이면 비정상적인 상황이 유래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골프에서 생크는 스윙을 할 때 클럽 헤드보다 손목이 공보다 먼저 앞으로 나가면서 클럽 페이스가 아닌 다른 부위에 맞으면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구질이 나오는 원인이 된다. 골프가 아닌 다른 종목에서 쓰는 생크도 정상적으로 볼이 맞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야구에선 배트 손잡이에 공이 맞는 것을 생크라고 말한다. 투수가 던진 공은 둥근 형태의 배트 상단인 스윗 스팟(Sweet Spot)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투수가 잘못 던지거나, 타자가 스윙동작을 비정상적으로 하면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손잡이 끝 둥근 형태의 놉(Knob)에 맞으면 공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축구에서 생크는 키커가 친 공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정상적으로 맞지않는 공은 키커가 생각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 발이 아닌 발목이나 정강이에 맞을 경우 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

배구에서 생크는 주로 서브를 받을 때 발생한다. 공격수가 서브한 볼을 상대 수비수가 언더핸드나 오버핸드로 볼을 받으려고 하다가 엉뚱하게 팔이나 손이 아닌 엉뚱한 곳에 맞아 볼이 코트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 생크가 나면 정상적인 패스로 팀원들이 플레이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한다.

생크가 나오는 이유는 골프 생크와 비슷하다. 이치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생크는 볼을 치는 과정에서 나오지만 배구에서 생크는 볼을 받는 과정에서 나온다. 상대 서브를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양팔을 길게 뻗고 안정된 자세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하체 중심이 불안하거나 리시브 자세가 흔들리면 정상적으로 서브볼을 받아낼 수 없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자세를 잘 잡지 못해 서브볼이 팔에 맞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전문선수들도 생크가 발생할 수 있다. 수비전문 리베로 가 서브를 받아 패스로 연결하려고 하다가 볼을 코트 밖으로 내보내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생크를 경험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가 있다. 골프에서 생크샷이 나오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구경기에서 생크가 생기면 동료 선수들이 격려를 하고 위로를 해주면 연속적으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크로 인한 실수를 보고 서로 탓만 하며 개인 플레이를 한다면 팀웍이 급격히 무너지기도 한다. 코트에서는 생크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승패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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