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여자팀은 호주 페퍼그룹 계열 상호저축은행에서 창단했다. 팀이름에 영어 페퍼(Pepper)을 쓴 것은 모기업 이름에서 비롯됐다. 한국계인 장매듀 대표이사는 창단발표 때 페퍼가 매운 맛을 내는 후추라는 본래의 의미가 있지만 ‘페어플레이(Fairplay)로써 퍼펙트(Perfect)한 승리를 추구한다’는 뜻에서 ‘페퍼’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퍼라는 말은 미국에선 많이 쓰이는 엄연한 스포츠 용어이다. 배구 용어로도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페퍼라는 말은 미국에서 배구 용어로도 쓰이는데 두 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훈련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배구는 두 명의 선수가 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페퍼는 두 선수 사이에 완벽한 제구력을 쌓기 위한 연습의 일종이다. 두 선수가 2-6미터 사이를 두고 서로 마주 본채 상황에 따라 거리를 조정하며 훈련을 한다. 한 명이 볼을 받으면 한 명이 스파이크를 하고, 또 한 명이 세트(토스)를 하면 다른 한 명이 스파이크를 하는 식으로 훈련을 한다.
원래 페퍼는 배구 이전에 야구 용어에서 유래했다.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 의하면 페퍼는 타자와 야수를 상대로 하는 기본적인 훈련이다. 빠르게 때리고 잡고 던지는 훈련방식을 말한다. 이 훈련은 야수들과 타자들에게 순발력과 운동역량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훈련을 하는 방식은 이렇다. 야수 중 한 명이 타자에게 공을 던지고 타자는 야수들에게 땅볼을 친다. 야수가 깔끔하게 공을 받으면 다시 타자에게 공을 던지며, 타자는 야수들에게 공을 다시 친다. 일선 감독들은 페퍼 훈련을 젊은 선수들에게 많이 권유하고 있기도 한다.
야구 용어 페퍼라는 어원은 활기차다는 의미인 ‘Peppy’, ‘Peppery’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야구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 야구 용어로 ‘Peppery’라는 말을 흔히게 사용했다고 한다. 잔디 위로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Peppery Grasser’라고 불렀으며, 적극적인 공격야구를 하는 감독을 ‘Peppery Pilot’라고 불렀다고 1934년 출간된 야구 평론가 모리스 웨신의 ‘미국 속어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서는 1933년부터 페퍼라는 말이 들어간 기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훈련을 하다가 관중석으로 볼이 날아가 관중들에게 부상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 많은 야구장에서 ‘No Pepper (Games)’이라는 경고를 표시하기도 한다.
사실 배구에서 페퍼 훈련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2명보다는 4명이 좋고, 4명보다는 그 이상이 같이 하는게 더 좋다. 마치 하이에나라는 짐승이 먹이를 쉽게 구하기 위해 떼로 몰려다니며 사자가 사냥해놓은 먹이까지 가로채는 것처럼 말이다. 하이에나는 직접 사냥을 하기도 하지만 사자 등 다른 짐승의 먹이를 집단으로 달려들어 손쉽게 구하는 경우도 있다.
페퍼 훈련도 그런 하이에나와 같은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실전 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개별 선수들에게 실전과 흡사한 경기력을 키우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페퍼 훈련 방식은 패스-세트-스파이크 등의 방법으로 쉼없이 여러 선수들간에 이어갈 수 있다.
국내배구에선 페퍼라는 말을 쓰지 않고 같은 뜻으로 ‘맨투맨 훈련’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실전 훈련에 들어가기전 선수들간 볼을 받고 때리는 훈련을 맨투맨 훈련이라고 말한다. 한국배구연맹 문용관 경기운영본부장은 “우리 배구에서는 페퍼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같은 뜻으로 맨투맨 훈련이라고 쓰고 있는데 우리 나라서도 배구의 국제화를 위해 페퍼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페퍼저축은행 배구팀도 있으니 페퍼라는 단어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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