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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18] 왜 버저비터(Buzzer Beater)라 말할까

2021-06-25 07:22

 르브론 제임스는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에서 5번이나 승부를 결정 짓는 버저비터를 터뜨려 최다를 기록 W중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에서 5번이나 승부를 결정 짓는 버저비터를 터뜨려 최다를 기록 W중이다.
오래 전 농구칼럼 제목에 ‘버저비터(Buzzer Beater)’라는 이름을 걸고 1년이상 매주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버저비터라는 말을 쓴 것은 이 단어가 갖고있는 극적인 효과 때문이었다. 버저나 경적이 울리기 직전에 성공하는 슛이 버저비터이다. 프로농구에서 매 쿼터별 종료와 동시에 슛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4쿼터 마지막 버저가 울리기 직전 승부를 결정짓는 버저비터는 온 몸을 전율케하는 극적인 ‘위닝샷(Winning Shot)이다. 동점 상황이거나 1,2점 뒤질 때 전세를 뒤집는 2점 또는 3점슛 버저비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농구의 묘미를 극대화시킨다.

버저비터는 우리 말로 번역된 말이 따로 없다. 영어 그대로 쓴다. 아마도 마땅한 대체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버저(Buzzer)는 소리를 내게 하는 신호장치를 말하며 비터(Beater)는 두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두 단어를 합치면 버저를 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버저라는 말은 야구에서 먼저 사용했다.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1918년 버저는 강속구의 의미로 처음 쓰였다. 보스턴 헤럴드 앤 저널지 버트 휘트맨 기자가 쓴 기사에서 ‘짐 보그의 빠른 버저는 강풍같아서 타자가 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매리업 웹스터 인터넷 사전에 의하면 농구에서 버저비터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65년이었다. 아마도 현재와 같은 버저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농구를 비롯해 시간 제한을 갖는 종목에서 버저비터는 4쿼터, 전후반, 연장전에서 경기 시계가 종료된다는 부저가 울리기 전에 슛으로 득점이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미국 대학농구(NCAA), 미국프로농구(NBA),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유로리그 등은 경기 종료직전 슛이 던져졌는 지를 평가하기 위해 비디오판독을 실시한다. 2002년 이후 NBA는 경기 시간 종료를 정확하게 확인할 목적으로 백보드 가장자리와 점수 관리자 테이블를 연결하는 ‘LED 전구’를 의무화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에서 그동안 수많은 버저비터가 쏟아졌다. LA 레이커스 전설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명예의 전당에 선수 생활동안 8번의 버저비터를 했다고 기록돼 있다. 8번 중 6번은 어시스트를 받지 않은 단독 슛이었다. 코비는 2006년 피닉스 선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페이드어웨이슛으로 버저비터를 장식, 99-98로 승리를 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5번이나 NBA 챔피언을 지낸 LA 레이커스는 코비의 이 한 방으로 피닉스 선스를 3승1패로 누르고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끌었다.

버저비터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킹’ 르브론 제임스도 뺴놓을 수 없다. 조단은 정규시즌 6번, 플레이오프 3번 등 총 9번의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 플레이오프에서 2번은 시리즈를 끝내는 버저비터였다. 두 경기 모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조던은 1997년 NBA 챔피언전 유타 재즈와의 1차전에서 버저비터를 성공시켰다. 르브론은 총 7개의 버저비터를 기록했다. 이 중 5개가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이는 NBA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버저비터기록이다. 르브론의 가장 극적인 버저비터는 2009년 동부컨퍼런스 챔피언 1차전에서 올랜도 매직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의 르브론은 이 경기에서 3점슛으로 버저비터를 장식, 96-95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2018년 플레이오프서는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던 것은 가장 최근의 버저비터였다.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농구 결승에서 소련의 알렉산더 벨로프가 풀코트 프레스에 의해 팀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아 경기종료 직전 레이업 슛을 성공시켜 미국을 51-50으로 꺾고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프로농구 초창기 버저비터를 장식한 선수에게 한 언론사에서 특별 시상하기도 했다. 상금과 함께 소정의 상품을 지급했다. 당시만 해도 버저비터 용어가 좀 생소한 던 때라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상을 제정했던 것이다. 지금은 한국프로농구서도 심심치 않게 버저비터가 터진다. 챔피언 결정전을 포함한 플레이오프와 정규 시즌 중요고비에서 터지는 버저비터는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럭비, 라크로스 등에서 농구와 같은 부저에 의해 경기가 끝나는 일부 종목에서도 버저비터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국내 축구에서 일부 축구 해설자가 경기 종료직전 들어간 골을 버저비터라고 말해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축구에서는 심판 휘슬에 의해 경기를 끝내기 때문에 버저비터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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