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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13] 왜 에어볼(Air Ball)이라 말할까

2021-06-19 07:05

NBA 선수라도 에어볼을 던진다. 사진은 올 시즌 NBA 전체 1순위 신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앤서니 에드워즈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시범경기서 슛을 던지는 모습. 그는 코트에 들어간 지 1분30분만에 3점슛을 던졌으나 에어볼에 그쳤다. [AP=연합뉴스]
NBA 선수라도 에어볼을 던진다. 사진은 올 시즌 NBA 전체 1순위 신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앤서니 에드워즈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시범경기서 슛을 던지는 모습. 그는 코트에 들어간 지 1분30분만에 3점슛을 던졌으나 에어볼에 그쳤다. [AP=연합뉴스]
손에서 떠나는 순간, 에어볼(Air Ball)이라는 것을 관중들은 알아채린다. 득점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볼은 백보드, 림, 네트 자체를 맞추지도 못하고 완전히 빗나간다. 에어볼은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농구에서 가장 굴욕적인 슛이라고 할 수 있다.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면 림조차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이 자유투는 물론 미들슛이나 3점슛을 할 때 터무니없는 슛을 날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에어볼을 내면 점수를 못 내는 건 당연하고 오히려 바이얼레이션에 걸려 상대에게 공을 갖다 바칠 수도 있다.

원래 에어볼은 공중을 뜻하는 에어(Air)와 공을 뜻하는 볼(Ball)의 합성어로 야구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었다. ‘딕슨야구사전’에 따르면 에어볼은 1862년 현재의 플라이볼(Fly Ball)의 의미로 ‘뉴욕 선데이 머큐리’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에어볼은 야구에서는 플라이볼에 밀려 언제부터인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농구에서 에어볼은 1967년 1월29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헤이워드에서 발행된 신문 ‘데일리 리뷰’에서 처음 인용됐다고 설명한다. 그 기사는 ‘UC 버클리 농구팀이 4번 에어볼을 던졌다’는 문장으로 된 기사였다. 이는 버클리 농구팀이 슛을 남발하며 부진한 경기를 했다는 의미였다. 버클리대는 이 경기에서 캘리포니아 스테이트대팀에 57-43으로 패배했다.

에어볼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다른 언론 매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1968년 인근 ‘산타크루즈 센티넬’에서 썼으며, 1971년 동부 지역으로 넘어가 버몬트 ‘베닝턴 배너’지에서 인용했다.

언론에서 기사로 사용한 에어볼은 이후 관중들이 슛터가 공을 잡고 슛을 던질 때 굴욕감을 주기 위한 구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에어볼 구호(Chant)’이다. 특히 대학농구에서 에어볼 구호가 많이 사용됐다. 홈관중들이 상대 슈터가 먼 거리에서 슛을 하려할 경우 먼저 구호를 외치는 경우가 많았다. 원정 선수들은 관중들이 에어볼을 외치면 슈팅 성공률이 더 낮은 것으로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대학농구역사에 따르면 에어볼 구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9년 2월 24일 대학농구 두 명문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경기에서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리치 요나코르가 에어볼을 던졌을 때 듀크대 관중들이 처음 에어볼 구호를 불렀다. 이 경기에서 듀크대는 47-40으로 승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는 몇 주 후 ACC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다시 듀크대와 맞붙어 요나코르가 10득점을 올리며 71-63으로 이겨 패배를 만회했다.

에어볼은 극한의 상황에서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공을 던질 때, 또는 하체의 힘이 빠져 자세가 불안할 때 많이 발생한다. 프로선수가 에어볼이 나오면 팬들에게 크게 놀림을 당하는 수도 있다.

우리나라 농구에서 에어볼은 ‘빽차’라고 불린다. 길거리 농구나 동네농구에서 이 말을 쓰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어원이다. 빽차는 영어 ‘백 차지(Back Charge)’의 한국어 변형으로 에어볼을 던질 경우 선수를 교체한다거나 점수를 되돌려준다는 의미로 생긴 말이라는 설과 당구 용어에서 규대로 친 공이 아마 공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의미인 ‘빠킹(일본어 바킹 ばっきん, 벌금이란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빠킹은 ‘빽차’라고도 부르는데, 이 말은 ‘하얀 공이 시원하게 다이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경찰차(백차)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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