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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4] AS 로마의 상징, 프란체스코 토티의 애칭이 ‘밤비노(Bambino)’로 불린 까닭

2021-02-06 07:55

AS 로마 전성기를 이끌던 때의 프란체스코 토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AS 로마 전성기를 이끌던 때의 프란체스코 토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어로 ‘밤비노(Bambino)’는 어린애를 의미한다. 국내 스포츠팬들은 밤비노라는 말을 미국 프로야구(MLB)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의 ‘밤비노의 저주’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밤비노의 애칭으로 불리던 이탈리아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낸 뒤 86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징크스를 일컫는 말이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대표적인 구단의 하나인 AS 로마의 ‘원 클럽 맨(One Man Club, 한 팀에서만 뛴 선수라는 의미)’인 프란체스코 토티의 애칭도 밤비노이다. AS로마 팬들은 25년간 AS 로마에서 활약한 토티를 로마 사투리로 ‘에르 푸포네(Er Pupone)’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표준어로 밤비노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토티가 에르 푸포네, 밤비노라는 애칭을 갖게 된 것은 어린 나이에 세리에 A서 데뷔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3월, 고작 16세의 나이로 브레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경기에서 데뷔했다. 이듬해 9월 만 17세가 되기 직전, AS 로마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기록했다. 당시 기자들은 그의 장래성을 간파하고 이런 애칭을 붙여줬다.

토티는 로마의, 로마에 의한, 로마를 위한 축구 선수로 시종일관 뛰었다. 1976년 로마에서 태어나, AS 로마 경기를 즐겨 보며 축구를 시작했다. 1989년 로마 유소년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AS 로마 선수로서의 길을 걸었다.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오랫동안 AS 로마 주장을 맡기도 했다.

AS 로마는 토티와 함께 상승가도를 달렸다.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 밀란 등 북부 3강이 지배하던 세리에 A의 판도를 바꾸며 AS 로마는 2000-01시즌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13년만에 AS 로마가 우승을 차지할 때 토티는 북부 3강보다 전력적으로 열세인 팀 전력을 추슬려 시너지 효과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2006-07시즌 팀 공격수의 부족으로 스트라이커로 뛰며 26골을 기록, 세리에 A 득점왕에 올랐다. 2009-10시즌에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부치니치와 함께 팀내 최다인 14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230골을 달성, 현역 중에서는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이는 이탈리아 세리에 A 리그 전체를 통틀어 2위 기록으로,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 중 하나인 로베르토 바조(206골)을 넘어선 기록이었다. 그는 2017년 25년간의 AS 로마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퇴장 당했던 토티.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퇴장 당했던 토티.


국내 축구팬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과 경기를 했을 때,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토티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다. 전반전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헤딩골을 어시스트 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나 연장 전반전 헐리우드 액션으로 경고가 누적돼 퇴장당했다. 토티의 퇴장은 한국에게 황금같은 기회를 줬다. 연장전 막바지에 안정환이 골든골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사실 토티의 국가대표 경력은 매우 화려하다. 첫 메이저 대회였던 유로 2000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이탈리아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그는 이탈리아 카발리에 국민훈장을 받았다. 2006 독일월드컵에선 부상중임 몸을 갖고도 1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안드레아 피를로와 함께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려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이탈리아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훈장인 우피시아레 국민훈장을 수여 받았다.

토티는 AS 로마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이면서도 이탈리아의 모든 축구팬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그는 수많은 기부와 유니세프 대사 활동을 하면서 축구장 밖에서도 선행을 베푸는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로마의 왕’으로 불리기도 한 토티는 돈을 따라 팀을 자주 옮기는 현대 프로축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서 평소 몸을 바치며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했던 진정한 축구 선수였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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