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77] 왜 이강인이 활약하는 발렌시아를 ‘박쥐 군단’이라고 말할까

이강인이 뛰고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명문팀 발렌시아는 ‘박쥐 군단(Los Murciélagos)’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유니폼 엠블럼 상단에 검은색 박쥐가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쥐는 창단 때부터 팀의 상징이었다.

1919년 발렌시아는 현재의 이름인 ‘발렌시아 FC(Valencia Club de Fútbol)’로 창단했다. 재미있게도 초대 회장을 동전 던지기로 선출했다. 박쥐를 팀 상징으로 내세운 것은 연고지역인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발렌시아 지역에 흔한 박쥐는 발렌시아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발렌시아라는 이름은 힘을 의미하는 라틴어 ‘Valentia’에서 유래했는데 1238년 아라곤의 제임스 1세가 발렌시아를 정복했다. 제임스 1세가 무어인으로부터 도시를 정복할 때 그의 깃발에 박쥐가 앉아 이를 좋은 징조라고 해석하면서 박쥐를 행운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겼다. 발렌시아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인 레반테도 박쥐를 상징으로 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렌시아는 라리가 6회, 국왕컵(코파 델 레이) 8회를 우승한 스페인의 강팀이다. 유럽 대회에서 인터컵 2회, UEFA 컵 1회, UEFA 슈퍼컵 2회 타이틀을 차지했다. 1978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끈 마리오 켐페스가 활약할 때 스페인 리그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켐페스는 1976년시즌부터 두 번 연속 최고의 상인 피치치상을 받았다. 발렌시아는 당시 국왕컵과 UEFA컵 위너스컵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켐페스는 스페인에서 ‘마타도르(Matador)’로 불렸다. 마타도르는 투우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해 단칼에 소를 쓰러 뜨리는 자를 뜻하는데, 축구에서 골을 잘 넣은 선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발렌시아는 1999, 2000년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기도 했다. 두 번 모두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해 우승에는 실패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승부차기 끝에 패해 아쉬움이 컸다. 발렌시아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프리메라리가 우승 2회, 국왕컵 우승 1회를 각각 기록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발렌시아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스페인에서 네 번 째로 많은 팬을 보유한 팀이다. 5만명 이상의 시즌 티켓 보유자를 갖고 있고, 2만명 이상의 시즌 티켓 보유자가 대기자 명단에 등록돼 있을 정도이다. 등록된 유료 서포터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클럽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렌시아의 라이벌팀으로는 레반테 UD, 비야레알 CF, 에르쿨레스 CF, 등 지역팀이 있다. 이 가운데 최대 라이벌은 레반테 UD이다. 비야레알과 에르쿨레스는 성적이 들쑥날쑥해 라이벌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발렌시아가 가장 경쟁심을 느끼고 있는 팀은 사실 레알 마드리드이다. 1990년대 전 레알 마드리드의 단장이기도 했던 미야토비치가 발렌시아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 발렌시아의 팬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잔류를 약속했지만 돌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버린 사건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발렌시아의 스타선수들을 많이 이적해갔다. 발렌시아는 레알 마드리드를 중요 고비에서 발목을 잡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발렌시아는 이강인과의 인연으로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이강인이 발렌시아와 첫 관계를 맺게 된 것은 2011년이었다. 만 10세의 소년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소년팀 입단에 합격했다. 이강인의 뛰어난 장래성을 확인한 발렌시아는 2013년 6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2017년 8월 만 16세 나이로 ‘국제청소년축구대회 ‘COTIF 2017’ U-20 부문에서 발렌시아 U-20 팀의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를 수상해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강인은 2018년 5월6일 사바델과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골을 기록했으며 2018년 7월 21일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057억 원)에 2022년까지 4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2018년 10월 31일 드디어 국왕컵 32강 1차전 에브로전에서 정규 시즌 1군 데뷔 경기를 가졌다. 발렌시아 최초 동양인 선수, 발렌시아 최연소 데뷔 외국인 선수, 한국 역대 최연소 유럽 1군 무대 데뷔 선수 기록을 세웠다. 이강인은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2골, 4도울을 기록하고 아시안 선수로는 두 번쨰,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골든볼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대 U-20 월드컵 최연소 골든볼 수상자는 18세 8일의 리오넬 메시였는데, 만 18세의 나이로 골든볼을 수상한 선수는 메시 이후 14년만이라고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