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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1] AC 밀란은 왜 ‘로쑈네리(Rossoneri)’라는 별명으로 불릴까

2021-02-03 07:25

 거칠기로 유명한 '밀란 더비'. AC 밀란 베테랑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오른쪽)이 인터 밀란 선수와 볼을 다ㅏ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거칠기로 유명한 '밀란 더비'. AC 밀란 베테랑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오른쪽)이 인터 밀란 선수와 볼을 다ㅏ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세리에 A 강호 AC 밀란은 팀 이름과 별명에 역사와 정체성이 잘 담겨있다. 팀 이름 자체가 영어로 돼 있고 별명은 이탈리아어 이다. AC 밀란은 1899년 영국인 허버트 킬핀과 알프레드 에드워즈 등에 의해 창단됐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밀라노에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인들이 많이 넘어와 살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취미생활로 영국에서 만든 축구와 크리켓를 많이 즐겼으며, AC 밀란은 밀라노 풋볼과 크리켓 클럽으로 창단했다. AC 밀란은 영국인과 이탈리아인만을 받아들이는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는 한편 무쏠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강요를 받으면서도 영어식 이름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FC 인터밀란이 AC 밀란에서 1908년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한 의견차이로 분리 독립, 창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 코너 280 ‘인터 밀란(Inter Milan)’의 ‘인터’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AC 밀란의 별명은 '로쑈네리(Rossoneri)’로 불린다. 이탈리아어로 붉은 색을 뜻하는 ‘로쑈(Rosso)와 검정을 뜻하는 네로를 합친 말이다. 엠블런 속에 붉은색과 검정 줄무늬가 자리잡고 있으며 유니폼도 두 색깔이 들어가 있다. 두 색깔을 선택한 것은 축구팀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AC 밀란 창단멤버인 허버트 킬핀은 창단 당시 “우리는 악마의 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색깔은 불처럼 붉은 색과 상대 팀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검은 색을 고유 색으로 한다”고 창단 역사자료에 기록돼 있다.

AC 밀란 엠블럼.
AC 밀란 엠블럼.


유렵 역사를 되돌아보면 밀라노는 십자군이 예루살렘 성지 회복을 위해 출발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10세기 말 첫 번째 십자군 원정에 나서 예루살렘 성벽에 올라 십자가를 세운 이들이 밀라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라노인들은 이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도시를 상징하는 깃발를 십자가로 결정했다. AC 밀란은 밀라노의 도시 역사를 반영해 엠블럼에 붉은 색과 검은색 줄 무늬에 도시 상징인 십자 문양을 집어 넣었다. 현재의 엠블럼은 창단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80년대 잠깐 기존의 문양에서 완전히 바뀐 모양을 내놓기도 했지만 곧 바꿨다.

AC 밀란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유벤투스, 라이벌 인터 밀란과 함께 이탈리아 세리이 A를 이끌어 온 강팀으로 활동했다. 세리에 A 우승 기록이 10회 이상인 세 구단 중의 하나로 유니폼의 팀 엠블럼 위에 10회 우승시 마다 추가되는 별이 박혀있다. 2013-14 시즌까지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UEFA와 FIFA가 주최한 국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한 팀이었다. 또한 챔피언스 리그에서 7번이나 우승을 해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UEFA 슈퍼컵에서 6회 우승, UEFA컵 위너스컵에서 2회 우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승부 조작에 연루돼 SS 라치오와 함께 1979-80시즌이 끝나고 세리에 B로 강등된 적도 있다.

1986년 밀라노 기업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구단을 인수해 한때 황금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의 나폴리를 제치고 1987-88시즌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대에는 58경기 연속 무패행진 기록과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총리에 취임하면서 그의 성추문까지 겹쳐 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AC 밀란의 대표적인 레전드는 파올로 말디니이다. 그는 1984년 AC 밀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후 은퇴할 때까지 무려 25시즌을 같은 유니폼을 입고 보냈다. 902경기에 출전해 33골을 넣으며 7번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이끌었다. 원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중앙 수비수로 위치를 바꿨다. AC 밀란은 말디니가 은퇴하는 동시에 그의 등 번호 3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말디니는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126경기에 출전해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선수에게 부여하는 센추리 클럽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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