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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78] 왜 레알 클럽 셀타 데 비고(Real Club Celta de Vigo)는 영국 원주민인 ‘켈트(Os Célticos)’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까

2021-01-31 08:03

셀타 비고는 영국 원주민이라는 뜻인 '겔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은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 출전한 이강인 [AFP=연합뉴스]
셀타 비고는 영국 원주민이라는 뜻인 '겔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은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 출전한 이강인 [AFP=연합뉴스]
2012~13년 박주영이 한때 몸을 담았던 스페인 라리가 레알 클럽 셀타 데 비고(Real Club Celta de Vigo)는 특이하게도 축구의 발상지 영국과 관련한 팀 이름을 갖고 있다. 팀 이름을 해석하면 비고의 셀타 로열클럽이다. 비고는 대서양에 붙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Galicia) 지방의 최대 도시로 팀의 연고지이다. 갈리시아 지방은 원래 영국 원주민인 켈트족(Celts)의 땅이었다. 갈리시아 지방의 주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Compostela)’는 ‘산티아고 순례길(El Camino de Santiago)’의 종착지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스페인의 수호 성인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유전학자들에 의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켈트족은 기원 이전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대평원에서 유럽 각 지역으로 이주해 살다가 영국 브리튼 섬에 정착하면서 영국 원주민이 됐다. 셀타라는 말은 갈리시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팀이름 자체에 켈트족의 후예임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갈리시아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프랑스 국경 지역의 바스크 지역과 같이 인종적으로 다르다. 현재 영국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인종적으로 복잡하게 연관이 됐음을 팀 이름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알 클럽 셀타 데 비고의 약자는 셀타 비고이다. 팀 별명은 연고지역의 인종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켈트(Os Célticos))’라고 부른다. 셀타 비고는 1923년 레알 비고 스포르팅과 레알 클루브 포르투나 데 비고 두 팀이 합쳐서 탄생했다. 비고 지역의 신문인 ‘파로 데 비고(Faro de Vigo)’의 스포츠 기자인 마누엘 데 카스트로는 두 팀을 한 팀으로 합친 바스크지역의 아틀레틱 빌바오가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컵을 휩쓸자 1915년부터 지역에 있는 팀을 하나로 모으자는 운동을 벌였다. 지역 인사들이 이에 호응해 연합팀을 만들기로 한 뒤 ‘레알 유니온 데 비고’, ‘클럽 갈리시아’, ‘레알 아틀랜틱’, ‘레알 클럽 올림피크’, ‘레알 클루브 셀타’ 등 여러 의견이 오고 갔지만, 결국 셀타 비고로 이름을 정했다.

1929년 프리메라리가 창단 멤버로 참여한 셀타 비고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같은 강팀이 되지는 못했다. 우승컵 한 번 들어올리지 못했으며 , 구단 재정 상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었다.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성적을 내지 못하며 빅3 팀들의 활약상을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 했다 . 하지만 셀타 비고의 축구 열기는 다른 어느 지역에 못지않게 뜨거웠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월드컵 경기를 홈구장인 발라이도스에 유치하기도 했다.

셀타 비고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클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1995년 오라시오 고메스 아라우호 회장이 부임해 전력을 크게 바꿔놓으며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을 바탕으로 삼아 UEFA컵에서 강팀으로 명성을 올리며 ‘에우로 셀타(Euro Celta)’라는 별명을 얻었다. 99-00시즌 UEFA컵에서 포르투갈의 강호 벤피카를 홈에서 7-0으로 대파하고, 이탈리아의 강호 유벤투스를 홈에서 4-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2002-03 시즌에는 막강한 수비로 36점만을 내 주며 발렌시아(35점)에 이어 최소 실점을 기록하며 라리가 4위를 차지하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팀 성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때 2부리그로 강등됐다가 2012-13시즌 다시 복귀했다. 박주영은 2012-13 시즌을 앞두고 잉글랜드 아스널로부터 임대 이적형식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박주영은 셀타 비고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2014년 잉글랜드 왓포드로 임대됐다.

한때 남아메리카를 정복하며 세계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스페인은 1588년 무적함대(Spanish Armada)’가 영국에 의해 궤멸되면서 쇠퇴했다. 하지만 축구를 영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셀타 비고 등 여러 프로팀들이 영국과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며 영국과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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