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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37] 일본식 영어 ‘클린업 트리오(Cleanup Trio)’를 쓰는 이유

2020-12-21 07:08

NC 다이노스는 올 프로야구서 나성범, 양의지, 알테어 클린업 트리오가 맹위를 떨치며 찯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 3차전 1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NC 나성범이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양의지의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
NC 다이노스는 올 프로야구서 나성범, 양의지, 알테어 클린업 트리오가 맹위를 떨치며 찯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 3차전 1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NC 나성범이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양의지의 축하를 받고 있는 모습.
‘클린업 트리오(Cleanup Trio)’는 누상의 주자를 깨끗이 정리하는 세 사람이라는 뜻이다. 통상 팀 중심타선인 3,4,5번 타자를 말한다. 하지만 영어에는 클린업 트리오라는 용어는 없다. 대신 4번 타자 한 사람만을 가리켜 ‘클린업 히터(Cleanup Hitter)라는 말을 쓴다. 클린업 트리오는 미국 용어 클린업 히터를 대신해 사용하는 일본식 영어이다. 주자를 싹 정리한다는 의미인 ’클린업‘이라는 말은 똑같이 쓰지만 ’히터‘를 ’트리오‘로 바꿔 썼다.

일본 프로야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수석 고문인 미국인 마티 쿠너트는 3,4,5번을 묶는 정확한 영어식 표기로는 ‘Center of The Order(오더의 중심)’, ‘Heart of The Order(오더의 심장)’, ‘Big Guns of The Order(오더의 대포들)’가 좀 더 유용한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래 용어 ‘Cleanup’으로 붙여 쓰면 명사로 청소, 정화 등의 의미이다. 하지만 ‘Clean Up’로 떼어서 쓰면 동사로 청소하다, 정리하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은 영어 의미를 기반으로 해 명사 클립업과 세 명을 뜻하는 트리오로 합성해 만들었다.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이 일본 야구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프로야구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1950년대부텨였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침체에 빠져있던 일본 국민들은 1950년대 경제력이 부활하기 시작하며 여가활동으로 프로야구 관람을 즐겼다. 때마침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최고의 타자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1958 년 나가시마 시게오가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나가시마는 개막전부터 3번타자를 차지하면서 4번타자 가와카미 데쓰하루, 5번타자 미야모토 토시오와 함께 맹위를 떨쳤다. 이들이 주자를 싹 쓸어내는 타점을 올리면서 세 사람을 ‘클린업 트리오’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한다. 일본 야구의 영향으로 한국은 일본에서 유행하던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을 받아들여 1960년대이후 쭉 사용했다.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이 한국과 일본에서 정착된 것은 득점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선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잘 부합하는 설명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팀 타점에서 7할 정도를 차지하는 클린업 트리오의 활약여부에 따라 팀 승리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게 야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1번타자를 출루하면 2번타자가 득점 포지션(2,3루)에 갖다놓고 3,4,5번 타자가 타점을 올리는게 기본적인 공격패턴이다. 보통 1,2번 타자는 모두 스피드가 좋아야 출루할 가능성이 높다. 3번 타자는 타율이 가장 높고 스스로 득점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팀내 최고의 타자가 맡는다. 4번타자는 힘을 이용해 홈런이나 안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야 한다. 5번타자는 4번타자의 백업 역할을 한다. 감독들은 기본적인 타자 라인업을 이런 특성에 맞게 짜는게 일반적이다.

클린업이라는 말이 미국야구에서 4번타자만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을 쓰게되면서 3,4,5번 타자가 중심타순으로 인식하게 됐다. 최근들어 클린업 트리오라는 말 대신 트리오라는 말을 생략하고 클린업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많다.

KBO리그서 역대 최고의 클린업 트리오로는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해태 타이거스 김성한-김봉연-김종모 일명 ‘KKK 타선’, 1990년대말 두산 베어스 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등을 지목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야구대표팀 이승엽-이대호-김현수 트리오도 최강의 라인업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프로야구서는 1970년대 요미우리 자이언츠 왕정치-장훈이 3,4번 타자를 맡았던 멤버를 역대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로 손꼽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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