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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폭풍우로 호된 시련을 겪는 마스터스, 4월에서 11월로 옮긴 탓일까

2020-11-13 21:32

시작 후 곧바로 중단된 마스터스 1라운드. [로이터=연합뉴스]
시작 후 곧바로 중단된 마스터스 1라운드.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터스 '골프의 신'은 자연의 '역린' 앞에 무력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전통적인 4월 대회를 11월 대회로 옮긴 2020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13일 1라운드 경기 시작 35분만에 갑작스럽게 몰아친 폭풍우로 인해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출전 선수 96명 가운데 9명이 인, 아웃 동시 티오프를 하며 첫 홀을 마친 상황에서 폭풍우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경기를 보류한 것. 3시간여 경기가 중단된 끝에 재개됐지만 짧은 해로 인해 1라운드 경기를 마치지 못한 선수가 속출했다. 1라운드 경기를 못 끝낸 선수들은 14일 남은 홀에서 경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2라운드도 14일 하루에 다 치르지 못하고 다음 날 열리는 3라운드 직전까지 가야 컷오프 통과자를 최종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로 밀린 일부 선수는 결과적으로 3일간, 2라운드를 치르는 셈이 됐다. 경기 일정의 변화로 인해 일부 선수는 경기 조건의 형평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대회서 역대 대회로는 가장 많은 65명의 통과자를 추렸으나 올해 대회서는 1,2라운드 선두와 10타차 이내 선수에게 출전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적용하기 않기로 대회 주최측은 결정했다. 그동안 선두와 10타를 적용해 주말 본선전에 오른 선수들이 우승자와 경합을 이뤘던 적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대회의 경우 50명 정도가 본선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2라운드서 인, 아웃 동시 티오프를 하는 경기방식을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이번 대회 1라운드서 인, 아웃서 각각 출발한 선수들의 점수에 차이가 난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10번홀에서 출발한 폴 케이시, 타이거 우즈 등 24명의 선수들 평균 점수가 71.2타인 반면, 1번홀에서 출발한 선수들의 평균 점수는 72.4타였다. 케이시는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당초 오거스타 10번홀, 전장 495야드의 파4는 역사적으로 가장 힘든 홀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들이 애를 먹는 바람에 후반 나인홀에서 출발하는 선수들이 전반 나인홀에서 출발하는 선수들보다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전통적으로 4월에 열리는 대회였다면 모든 선수들이 1번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올해 대회는 한때 취소를 검토했다가 대회를 중단없이 개최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11월에 열게됐다. 봄철보다 늦은 가을철에 대회를 개최하다보니 기후, 일조시간 등 여러 자연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피해 선택한 11월 마스터스 대회는 마치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깼다는 듯 천재지변으로 고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골프의 신이 점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골프의 신도 자연 앞에선 ‘바람 앞의 등불’ 같다. 4월에서 11월로 마스터스대회를 옮긴 탓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전례 없는 11월 마스터스 대회는 우여곡절 끝에 대회 마지막날 최종 그린 재킷의 주인공을 탄생시킬 것이다. 최종 누가 챔피언에 오를 지 주목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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