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43] ‘홈스틸(Home Steal)’이 잘못된 일본식 영어인 이유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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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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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 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신성현 타석 때 홈 스틸에 성공한 3루 주자 오재원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 오면서 잘못 사용된 야구 용어들이 많다. 3루 주자가 홈으로 도루하는 ‘홈스틸’도 원어와 다른 일본식 영어이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 야구서도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원어는 ‘스틸홈(Steal Home)’이다. 스틸홈은 홈이라는 공간과 스틸이라는 동작이 결합해서 생긴 단어이다. 이 말을 일본에선 앞 뒤 순서를 바꿔 홈스틸로 사용한다. 이는 훔친다는 스틸 보다는 홈을 강조하기 위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메이지 유신이후 서양 문물을 본격적으로 수입한 일본 사람들은 미국의 스포츠 종목인 야구 용어를 번역하면서 자신들의 사고 방식을 반영해 의도적으로 바꿔 사용했다. 투수가 던진 볼이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를 영어로는 ‘히트 바이 피치(Hit By Pitch)’라고 말하나 일본에선 ‘데드볼(Dead Ball)’, 한문으로 ‘사구(死球)’라고 불렀다. 이 말은 볼이 몸에 맞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부정확한 용어이다. 볼이 옷에 스치는 것도 몸에 맞는 공으로 간주하는 규칙과는 좀 차이가 있는 말이다. (본 코너 6회 '영어 세 단어를 두 단어로 줄인 합성어 '사사구' ' 참조)

홈스틸도 데드볼과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득점이 인정되는 마지막 루인 ‘홈플레이트(Home Plate)’의 의미와 연결되도록 홈으로 도루하는 행위인 스틸홈을 홈스틸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홈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영하려는 생각이었던 듯하다.

홈을 훔치는 것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많은 행위이다. 홈플레이트서는 상대 포수가 버티고 있는데다 어설프게 홈으로 뛰어들었다가는 바로 태그 아웃처리된다. 공은 주자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안타를 빼고 내야플라이나 3루 방면의 빠르고 짧은 땅볼 등을 제외하고는 3루 주자는 웬만해서는 득점에 성공할 수 없다.

원래 초창기 미국 야구에서는 스틸홈을 놓고 논란이 자주 벌어졌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야구 규칙은 현재와는 달랐다. 현재 규칙은 도루를 하려면 시계 반대 방향, 즉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 등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시계 방향으로도 도루가 가능했다.

스틸홈과 관련해 독일계 출신 선수인 윌리엄 셰퍼 사건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미국 야구 초기 수십 년 동안, 2루 주자는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가 득점할 수 있도록 1루로 뛰게 해 수비팀을 유인하는 전술을 시도했다. 셰퍼는 이런 변칙적인 플레이에 능한 선수였다. 비록 도루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2루에 있다가 1루로 자주 뛰었다. MLB 현재의 규칙은 "수비를 혼란시키거나 경기를 희화화시키는 목적으로 베이스 경로를 시계방향으로 달리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었다.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셰퍼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두 번의 월드시리즈에 출전했다. 통산 1150경기에서 타율 0.257, 9홈런, 201도루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 외야수 데이비 존스의 증언을 토대로 로렌스 리터가 쓴 기사에 셰퍼의 1루 도루 이야기가 소개됐다. 주자 1, 3루 상황에서 당시 야구의 공통적인 전략은 더블 도루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1루주자 셰퍼는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려고 하자 포수의 송구를 유인하기 위해 2루를 훔쳤다. 포수가 던지지 않자 셰퍼는 역도루로 다시 1루로 달려가며 다시 한 번 더블 도루를 시도했다. 존스의 기억에 의해 나온 이야기로 사실적인 증거가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셰퍼가 변칙적인 플레이를 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1911년 8월 4일, 셰퍼는 같은 묘기를 시도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휴 더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항의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필드에서는 일시적으로 혼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홈을 훔치려던 3루주자는 아웃처리됐다. 이 해프닝은 다음날 워싱턴포스트와 시카고트리뷴가 모두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흑백차별을 딛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스타가 된 재키 로빈슨이 1955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홈을 훔친 것이 가장 최고의 스틸홈으로 기록됐다. 양키스의 레전드 포수 요기 베라는 당시 그의 스틸홈은 아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리시즈를 제패했으나 정작 재키 로빈슨이 월드시리즈 사상 유일한 스틸홈을 성공한 월드시리즈 1차전선 5-6으로 패배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스틸홈은 1982년 7월 21일에 있었던 도루왕 해태 김일권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시도해 성공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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