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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23] 왜 ‘웨지(Wedge)’라고 말할까

2020-08-29 07:55

세계적인 골퍼 로리 맥킬로이가 PGA 투어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샌드 웨지샷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골퍼 로리 맥킬로이가 PGA 투어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샌드 웨지샷을 하고 있다.
‘웨지(Wedge)’는 원래 농사나 공사판에서 쓰는 용어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웨지’는 한쪽 끝에는 뾰족한 가장자리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넓은 가장자리가 있는 금속, 나무, 고무 등의 조각을 말한다. 우리 말로는 ‘쐐기’라는 뜻이다. 두 물체 사이를 밀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조각을 떼어내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에 넣는 물건이다. 뒤탈이 없도록 다짐을 해두거나 바람직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의 말인 ‘쐐기를 박다’라는 말도 쐐기에서 파생된 관용어구이다.

‘웨지’는 고대 영어 ‘Wecg’에서 기원된 말로 인도 유럽어 ‘Wogwhyo’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농업이 주였던 고대 시대에 땅을 갈아 쓰는 쟁기를 대신하는 삽모양의 쇠조각으로 이루어진 ‘보습(補習)’ 용구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지금과 같이 골프에서 특별한 클럽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 것은 1930년대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짧은 어프로치 샷을 위한 클럽은 오늘날 9번 아이언에 해당하는 ‘니블릭(Niblick)’으로 활용했다. 이 클럽은 납작하고 페이스가 각이 져 잔디에 떠 있는 볼은 치기가 쉬웠지만 모래 등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었다. 벙커샷에 쓰는 클럽은 ‘지거(Jigger)’라는 별도의 클럽이 필요했다. 이러한 클럽들은 어프로치 샷으로는 이상적이지 않았다.

‘웨지’라는 말을 가진 클럽이 등장한 것은 전설적 골퍼 진 사라젠(1902-1999)이 ‘샌드웨지(Sand Wedge)’를 선보이면서부터였다. 미국 프로골퍼 진 사라젠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선수로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프로골퍼였다. 1922년 US오픈, 1922년, 1923년, 1933년 PGA 챔피언쉽, 1932년 브리티시오픈, 1935년 마스터스 등을 휩쓸며 프로골퍼 최초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진 사라젠은 영화제작자이며 항공재벌인 자신의 친구 하워드 휴즈에게 비행기를 타는 법을 배우면서 받은 영감을 통해서 비밀병기를 고안하게 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기체 앞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꼬리 부분이 아래로 처진다는 것을 보고 9번 아이언의 백 에지를 프론트 에지보다 아래로 처지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밀병기로 모래에서 볼을 쳐 올려보니 이전보다 훨씬 정교함 스윙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자신이 고안한 샌드 웨지를 쓰면 모든 골퍼가 6타 정도는 줄일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는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1931년 첫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밑창에 추가로 납을 땜질하여 질량을 더한 다음, 밑창의 각도를 지면과 수평에서 약 10도로 조정해 클럽헤드가 모래를 깊이 파고드는 것을 막거나 윗부분을 미끄러지는 것을 막았다. 이 클럽헤드는 칼날 같은 형태의 일반 아이언과는 반대로 대략 쐐기 모양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웨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는 1932년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새로운 클럽을 가져갔지만,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을 피하려 이를 숨겼다. 그는 당시 기록적인 4라운드 합게 283타로 우승한 데 이어 같은 해 U.S. 오픈에서도 30년 가까이 토너먼트 기록으로 남을 최종 라운드 66타로 우승하기도 했다. 비밀병기의 위력을 입증해 보였던 것이다. 이후 사라젠의 클럽은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 당국에 의해 합법적인 판결을 받았으며 클럽 제조사들이 웨지를 선보였다.

현재 웨지는 피칭(Pitching), 갭(Gap), 로브(Lob), 샌드 웨지 등 네 가지가 있다. 1990년대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갭 웨지는 52도의 로프트로 피칭 웨지와 샌드 웨지 사이의 차이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로브 웨지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는데, 그린 가까이에 놓인 해저드를 넘길 때 볼을 높이 띄우기 위해 사용한다. 요즘 클럽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만든 웨지에 갖가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웨지는 이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웨지를 골라 사용하면 스코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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