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44] ‘입스(Yips)’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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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6-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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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칸타타오픈 2라운드에서 이글을 잡으며 62타로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웠던 김세영. 하지만 3라운드에선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71타를 기록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KLPGA 제공]
50cm~1m 거리, 한 클럽 안팎의 짧은 퍼팅을 만나면 더 긴장이 된다. 조금이라도 밀거나 당기면 아무 것도 만들지 못한다. 프로는 버디, 싱글급은 파, 주말골퍼나 초보자에게는 보기나 더블보기도 낚기가 어렵다. 보통 아마추어골퍼들이 가벼운 내기게임을 하면 초반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이 정도 거리의 퍼팅은 ‘OK’를 준다. 하지만 후반 들어가 배팅이 배가 된다든 지 승부처를 맞닥뜨리면 절대 OK를 주지 않는다. 이 때 결정적인 퍼팅을 놓치면 낭패를 보며 기분이 몹시 상하게 된다. 퍼팅은 터치 스트로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이 되고 정신적인 문제까지 생길 수도 있다. 이른바 ‘입스(Yips)이다.

지난 2014년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골프해설가 제이 야로우가 쓴 ‘’타이거 우즈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야로우에 따르면 우즈는 2014년 디 오픈에서 심각한 퍼팅과 드라이버 입스를 드러내 그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이 대회에서 우즈는 우승자 로리 맥킬로이보다 무려 1시간반정도 먼저 최종 4라운드 경기를 끝내야 했다. 맥킬로이의 챔피언조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적이 떨어진 조에 속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컷오프를 통과한 선수 중 단 3명만이 우즈보다 성적이 안좋았을 뿐이었다. 우즈는 등수술을 받은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이 대회에 출전했던게 성적 부진의 원인이었다. 1라운드를 69타로 좋은 출발을 보이자 ’역시 우즈‘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2라운드 첫 홀 드라이버가 좌탄, 세컨드 샷은 깊은 러프, 세 번째 샷은 그린 오버, 네 번째만에 온그린을 했으나 짧은 퍼팅을 2퍼트로 마무리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우즈는 이후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내내 드라이버와 씨름하며 간신히 컷오프를 통과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자기 희생에 의한 쿠데타였다. 골프 스윙을 고의적으로 바꿔 세계 최고의 골퍼가 무너지는 것을 본다”며 “이제 타이거 시대는 끝났다”고까지 혹평했다. 우즈는 2019년 마스터스대회에서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했지만 전성기 때의 화려했던 모습과는 좀 거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나이 문제 뿐 아니라 고질적인 입스 문제도 원인이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입스는 퍼팅을 방해하는 일종의 운동 장애다. 입스라는 용어는 메이저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리다 후에 스윙코치로 활동했던 스코틀랜드 태생의 토미 아머(1896-1968)가 토너먼트 플레이를 포기하게 된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대중화했다고 한다. 토미 아머는 PGA 투어에서 25승을 거뒀다. 마스터스를 제외한 3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딴 골프 용품이 지금도 잘 알려져있다. 그의 손자 토미 아머 3세는 챔피언스 투어를 벌써 10년째 뛰고 있다.
입스는 전체 성인 골퍼의 절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프로골퍼의 33%에서 48%가 입스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25년 이상 뛴 골퍼들조차로 입스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입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를 동반하는 뇌의 생화학적 변화를 꼽고 있다. 관련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조정과 집중을 강하게 요구하면 특정 부위에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스가 올 경우 한 달 동안 골프를 포기하는 것이 때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입스는 여러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쓴 데서 온다는 분석도 있다.

입스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프로 골퍼로는 우즈 말고도 많다. 2013년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인치(약 15cm) 퍼팅을 놓친 아일랜드의 파드리거 해링턴, 베른하르트 랭거, 벤 호건, 해리 바든, 샘 스니드, 이안 베이커 핀치, 키건 브래들리 등을 들 수 있다.지난 5월24일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박성현은 짧은 50cm 퍼팅을 놓쳐 고진영에게 스킨을 허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4일부터 벌어지고 있는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오픈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당연히 넣어야 할 짧은 퍼팅을 집어넣치 못하는 실수를 보게 된다. 프로골퍼라면 대부분 입스를 경험했거나 현재도 그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스에 대한 처방은 사실상 없다. 일부 골퍼들은 퍼터나 그립을 바꾸거나 심지어 손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일반적인 오버랩핑 그립에서 포핸드그립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일시적인 안도감만 제공할 수 있다. 입스 탈출은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렵다. 야구나 농구 등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공을 제대로 뿌리지 못하는 입스 현상도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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