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25 류현진, 김인식과 삼인성호(三人成虎)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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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0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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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25 류현진, 김인식과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거짓이라도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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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폼이 좋고 몸도 부드럽고 유연한데다 제구력까지 뛰어났다.

“대물이네.”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을 보자마자 그대로 꽂혔다. 2005년 5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경기였다. 바로 스카우터를 불렀다.

“류현진 어때.”

“동산고 투수 말이죠. 좋죠. 잘하면 우리한테 떨어질 수도 있지만 두 단계를 거쳐야 해서 확실친 않습니다. SK나 롯데가 안뽑으면...”

“어떤 상황이야.”

2005년 고교졸업생은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정민철, 염종석 등 92학번 세대 이후 최고 황금세대였다. 투수자원으로 류현진을 비롯 한기주, 나승현, 차우찬, 김성훈, 유원상, 김상수 등이 있었고 타자 재목으로는 강정호, 김현수, 양의지, 이재원, 민병원, 황재균 등이 있었다.

“인천연고니까 SK가 우선권이 있죠. 아마 류현진, 이재원, 김성훈 중에서 한 명을 고를텐데 여기서 빠지면 2차지명 1순위인 롯데가 누굴 고르느냐에 달렸죠. 그 다음이 우립니다.”

“우리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그런데 류현진에 대한 소문이 좀 있습니다“

“뭔데...”

“작년에 팔꿈치 수술을 했죠. 그래도 이번 청룡기때 잘 던졌는데 결승서는 좀 부실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좀 불투명하지 않나 싶고요 또 한 가지는 가정사이긴 한데 아버지가 건달이랍니다.”

“건달이라고. 그게 뭐...”

김인식 감독은 동산고 감독을 했던 동국대 후배에게 즉시 전화했다.

“류현진이 몸 어때. 수술했다던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1년 정도 쉬어서 더 좋죠.”


“아버지가 건달이라는데 뭐야 그게”

“아이구, 아닙니다. 저도 잘 아는데 아주 좋은 분이십니다. 그럴만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잘못 퍼진 걸 겁니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 때인 2004년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 잘못으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을 허송세월했다. 처음 찾아간 대학병원은 진단을 한 후 일단 2개월 정도 쉬라고 했다.

2개월 여 쉰 후 공을 잡았으나 별 나아진 게 없었다. 다시 찾았더니 이번에도 2개월 휴식을 진단했고 휴식을 또 했음에도 공만 잡으면 통증이 여전했다. 2개월 여 후 또 한번 병원에 갔더니 2개월을 더 쉬라고 했다.

그렇게 6개월 여를 쉬느라 아까운 세월이 다 가버렸고 결국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병원을 뒤집어엎지 않는 게 비정상인 상황인데 류현진의 아버지가 오진한 대학병원을 따져가 심하게 따진 것이 앞뒤 다 짤리고 그렇게 소문이 난 것이었다.

“무조건 류현진이다.”

김인식 감독은 그런 소문을 굳이 바로 잡지 말고 SK나 롯데에게 계속 흘리도록 했다. 그리고 한화 스카우터는 한 술 더 떠 ‘류현진이 그렇고 그래서 뽑을 생각이 없다’며 ‘투수는 1차지명인 유원상으로 충분해서 타자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SK와 롯데는 일단 류현진을 제외했다. SK는 이듬 해 잡을 수 있는 김광현이 기다리고 있다며 1차에서 포수 자원이 이재원을 지명했다. 류현진의 ‘소문’ 때문에 4번째 지명권을 가진 자신들에게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롯데는 고민을 좀 했다. 기아가 한기주를 잡느라 2차로 나온 나승현과 류현진이 대상이었지만 나승현을 택했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나승현은 42이닝 1실점했고 류현진은 21이닝 1승2패에 방어율 4.52였다.

롯데는 오래 전이지만 최동원의 부친으로 인해 고생한 적이 있는 터여서 그런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류현진을 굳이 뽑고 싶지 않았다.

한화는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류현진을 지명했다. 롯데, SK는 잠시 멍했다. 소문만 잔뜩 흘린 한화의 ‘僞計(위계)에 당했다는 표정이었고 3순위 팀등 다른 팀들도 군침을 흘리다 말았다. SK는 2차 1순위에서 김성훈을 찍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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