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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성의언더리페어] 이형준은 왜 로프트 11.5도 드라이버를 사용할까?

노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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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9-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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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은 프로 통산 5승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 제공=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이형준(27세, 웰컴저축은행)이 사용하는 클럽 자료를 받았을 때 뭔가 잘못됐지 싶었다. 이건 잘못 입력됐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오타'.

받은 자료에는 이형준은 타이틀리스트 TS2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로프트는 '11.5도'라고 표기돼있었다.

이 숫자를 보면 골프를 시작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주말 골퍼라도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가짜 뉴스, 아니 잘못된 정보라고. 주말 골퍼는 '엘리트와 프로 골퍼는 낮은 로프트, 미드 핸디캐퍼 이상은 높은 로프트'라는 일종의 공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식이 절대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합의 속에서 클럽 선택의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드라이버 로프트 11.5도라면 남성, 그 중에서 시니어도 선택하지 않는 옵션이다. 자존심 때문이다. 골프숍의 판매 직원이 누군가에게 로프트 11.5도를 권했다면 권유받은 쪽은 다음 두 가지의 경우라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물건 팔고 싶은 마음이 없나'라거나 '누굴 초보자로 아나'라고.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골퍼의 잘못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빌미를 제공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 대다수의 브랜드가 로프트 옵션을 거의 두 가지로 제한한다. 9도나 10도, 아니면 9.5도나 10.5도다. 올해 신제품인 캘러웨이 에픽 플래시와 테일러메이드 M5의 로프트 옵션은 9도와 10.5도 단 2가지다. 조정 가능한 호젤을 통해 로프트를 조정할 수 있다지만 골퍼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는 11도 이상의 로프트라면 경계하고 누군가는 경기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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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4년만에 우승했다.
주말 골퍼 뿐만 아니라 에디터에게도 생소한 상황이다. 프로가 사용하는 클럽(PRO'S BAG)에 관한 글을 오래 써오고 있지만 드라이버 로프트 11.5도를 사용한 예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 골퍼는 높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하기는 한다. 그래도 가장 높은 로프트는 10.5도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룩스 캡카가 드라이버 로프트로 10.5도를 쓴다. 한 명 더 붙이자면 발스퍼챔피언십에서 오랜만에 우승한 폴 케이시의 드라이버 헤드에도 10.5도가 각인되어 있다. 여성 골퍼도 10.5도를 넘어간 것을 본 적이 없다. 프로 골퍼에게 제공하는 헤드의 로프트는 표기와 실제가 거의 동일하다. 주말 골퍼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오차가 거의 없다.

마음으로는 의심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형준이 '혹시나'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탄도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황을 확인하기 전 타이틀리스트 홈페이지를 먼저 살폈다. 로프트 11.5도의 옵션이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 드라이버가 나왔을 때 보도자료를 받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있었다 하더라도 11.5도는 관심이 없었지 싶었다. 누가 쓰지도 않고, 권하지도 않으니까.

TS2 드라이버 페이지에 옵션이 있었다. 옵션은 4가지였다. 8.5, 9.5, 10.5. 11.5도.

이 정보를 가지고 타이틀리스트 소속 선수의 클럽 셋업을 전담하는 리더십 팀의 한민철 수석에게 전화를 했다. 바로 질문을 했다. "이형준 프로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드라이버 로프트 11.5도를 사용하는 선수일 겁니다"라고 한 수석이 답을 주었다. 그리고 "스윙 스타일과 추구하는 목적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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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은 '똑바로' 보다는 '커브'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같다.
이형준은 올해 초까지 로프트 10.5도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 이전에는 1.5도 더 낮은 9도를 썼었다. 그가 로프트를 1.5도 높인 이유는 보다 높은 탄도를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형준은 드라이버를 '눌러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컨디션과 스코어가 좋다면 더욱 눌러치는 경향이 높다고 했다. '눌러친다'는 것은 트랙맨의 언어를 대입하자면 어택 앵글(Attack Angle), 이른바 임팩트 때의 헤드 진행 방향이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그의 수치는 -1.5~2.5도 사이.

이건 다운블로, 이른바 헤드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임팩트가 된다는 점이다. 드라이버는 일반적으로 어퍼블로 형태여야 하지만 프로 골퍼는 그렇지 않은 확률이 높다. 트랙맨의 데이터에 따르면 프로 골퍼의 평균 어택 앵글은 -1도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드라이버가 스윙의 최저점 바로 전이나 최저점에서 임팩트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론치 앵글(Launch Angle)이 낮을 수밖에 없다.

낮은 론치에도 불구하고 프로 골퍼의 거리가 긴 것은 클럽 헤드 스피드가 원체 빠르고, 그 스피드를 볼에 온전히 전달하기 때문이다. 클럽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의 상관 관계인 스매시 팩터(Smash Factor) 값도 높다. 프로 골퍼는 가장 이상적인 스매시 팩터 수치인 1.5에 거의 도달하고 저스틴 토마스는 1.52라는 수치가 나온다. 한 마디로 퍼펙트!

'눌러치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2.5도의 어택 앵글을 가지고 있는 이형준에게는 탄도가 불만이었다고 했다. 이형준은 두드러지는 장타자는 아니다. 올해 드라이빙 거리는 288.18야드로 투어 53위다. 이형준의 클럽 헤드 스피드라면 300야드 이상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하이 페이드 구질을 좋아하고 거리보다는 정확도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스타일이다. 그의 드라이빙 정확도는 70%대다.

한 수석은 "이형준은 돌려치는 것을 즐기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듣는 사람이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형준 프로는 볼이 똑바로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클럽 테스트할 때 선수 뒤에서 보면 분명히 똑바로 갔는데 이형준은 그걸 싫어했다"고 귀뜸했다.

그는 페이드를 위해 셋업 때 타깃보다 약간 왼쪽으로 에이밍한단다. 타깃이 12시 방향이라면 11시 방향을 본다. 셋업 때부터 돌려칠 의도가 다분한 셋업인 셈이다. 이형준에게는 '똑바로' 보다는 '커브'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같다. 똑바로 가면 더 멀리보낼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그게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더 돌려치려고 작정했을 때 론치 앵글은 더 낮아진다.

클럽의 디자인, 탄도, 필링 등은 프리퍼런스로 봐야한다. 개인적인 선호도다. 구조적으로 낮은 론치 앵글이 나오지만 그걸 싫어하니 장비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그게 피팅이고 투어 스태프가 할 일이다. 로프트 9도에서 10.5도로 교체하고 나서 이형준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올해 초 11.5도를 테스트 해보고 나서는 더더욱 높아졌다. 반복적으로 이상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고, 만족도도 높을 뿐더러 옵션도 있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숫자에 연연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국내 프로 중 유일하게 로프트 11.5도를 사용하게 된 전말은 이렇다. 이형준의 '커브'에 건배!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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