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지의 어원은 프랑스어 ’luge’에서 유래했다. 눈이나 얼음 위에서 사람이나 짐을 실어 나르는 썰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프랑스어의 권위 있는 사전인 프랑스 아카데미 사전은 이 단어가 14세기에 나타났다고 기록하면서도, 그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반면 일부 어원 사전은 프랑스 알프스의 사부아 지역 방언을 거쳐 중세 라틴어 ‘sludia’와 더 오래된 갈리아어 계통의 말까지 연결한다. 썰매를 뜻하는 오래된 유럽의 언어 표현들이 서로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확정된 어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 들어 루지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74년 1월14일자 ‘「바이어들런」이란’ 기사에서 ‘토보가닝이란 유럽지역에서는 루지(Luge)라고도 불리는데’라고 전했다. 현재 제시된 자료를 통해 1974년 당시 국내 신문에서 루지라는 명칭이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지는 처음부터 특별한 경기 기술이나 선수의 자세를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겨울의 눈밭에서 사람과 물건을 운반하던 생활 도구의 이름이 스포츠의 명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점에서 루지는 스포츠 언어의 흥미로운 사례다. 생활 속 사물이 경기 종목으로 발전하면서, 사물의 이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스포츠를 지칭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루지를 탄다’는 표현에는 썰매라는 도구와 그 도구를 이용한 경기라는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다. 1520년쯤, 유럽의 알프스의 여러 산에서 썰매놀이가 널리 유행하게 되어 처음으로 스포츠로 정착하였고, 유럽에서는 여름의 축구와 비슷할 정도로 대단히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다.
오늘날 루지 선수는 썰매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발을 앞쪽으로 향한 채 얼음 트랙을 내려간다. 핸들이나 일반적인 브레이크 없이 몸과 다리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방향을 조절한다. 빠른 속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곡선을 통과해야 하므로, 겉보기에는 단순한 활강처럼 보여도 정교한 기술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국제대회에서는 기록을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측정할 만큼 작은 시간 차이도 중요하다.
루지는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처음 선보였다. 눈밭에서 타던 썰매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 무대에 오른 것이다. 생활 도구의 이름이 국제 스포츠의 고유한 명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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