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만난 복지관 수강생 80대 김모 어르신은 "평생 도복은 쳐다본 적도 없는데, 매일 놀러 오는 복지관에서 가르쳐 주니 마음 편하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70대 이모 어르신은 "천천히 팔다리를 뻗으며 숨을 고르니까 굳었던 어깨가 풀리고 머리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라며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도장이나 체육관은 어색해"… 심리적 두려움 극복
무주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 실무 담당자는 "여름 폭염 탓에 복지관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한 자율 이용 기간임에도 수강생 33명 중 결석자는 최대 5명 이하를 기록해 출석률이 90%에 달한다"며 "모집 마감 직전에는 대기자가 폭주해 인원을 제한해야 했을 정도"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은퇴 후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어르신들이 태권도를 매개로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증거다.
이종용 무주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장은 "노인들에게 가장 훌륭한 처방은 고립감을 줄이고 여럿이 어울려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 관장은 "복지관이라는 친숙한 곳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운동의 성취감을 공유하며 삶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며 "특기할 만한 점은 신체 단련과 정신 수양을 나란히 다스리는 태권도가 어르신들에게 완벽한 웰니스(Wellness) 프로그램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굳은 몸에 맞춘 '완전 초급' 커리큘럼
복지관 수련생들의 교육은 관절이 불편하고 거동이 매끄럽지 않은 완전 초보자들을 위해 철저한 맞춤형 지도 방식이 가동됐다. 호흡과 가벼운 중심 이동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고, 부상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현장 지도를 총괄하는 최재균 시범단장(전북시니어태권도협회 상임부회장)은 "평생 태권도를 접하지 못해 몸이 굳어 있는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삼았다"며 "기초 경락품세는 관절에 무리 없이 부드럽게 춤추듯 수련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허리에 맨 '띠'를 신체 균형을 잡는 기준으로 활용해 어르신들의 이해도를 끌어올렸다.
최 단장은 "나이가 들면 정신과 몸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머리가 시키는 대로 몸이 따라갈 때 어르신들이 엄청난 희열과 성취감을 느낀다"며 "품세 순서를 암기하고 신체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 자체가 훌륭한 인지 자극"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젊은 시절 태권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여성 어르신들의 열의가 유독 뜨겁다"며 "어린이들도 1년 넘게 고전하는 품세를 어르신들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271개 경로당 거점화… 노인회 주도 '스마트 헬스케어' 융합
무주군의 헬스케어 사업이 강력한 탄력을 받는 배경에는 대한노인회 전북 무주군지회(지회장 이광부)의 탄탄한 조직력이 존재한다. 무주군 65세 이상 고령자 9,200여 명 중 75.4%에 달하는 6,936명이 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광부 지회장은 지역 내 271개 경로당을 건강 관리와 치매 예방의 전초기지로 삼아 복지 인프라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이 홀로 지내면 끼니를 거르기 쉽고 서글픈 마음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다 같이 어우러져 살아야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즐길 수 있다는 목표 아래 치매 예방 상담과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무주군은 '스마트 경로당' 시범 사업을 유치해 내년까지 총 100곳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전담 매니저 44명을 파견해 예방의학 접근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의료와 복지 시설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밑그림도 구체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 회장은 "머지않아 노인회관과 보건의료원, 노인복지관을 잇는 '에코브릿지(보행다리)'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며 "세 기관이 물리적으로 연결되면 어르신들이 오가며 누리게 될 건강과 행복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역 복지 인프라 재발견… 생활 체육의 경제적 대안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복지관 연계 모델은 경제성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보여준다. 실버 체육 확산을 명분으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규모 시니어 전용 체육관을 신축할 이유가 없다. 전국 지자체마다 탄탄하게 구축된 노인복지관 네트워크를 교육 거점으로 삼으면, 최소한의 예산 투입 대비 막대한 효율을 거둘 수 있다.
이종용 관장은 "무주노인종합복지관은 평소 셔틀버스 3대를 운행해 산골 깊숙이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철저히 보장한다"며 "거동이 불편해 운동하러 오기 힘든 분들을 복지망 안으로 끌어들여 신체 단련과 정서 상담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은 장애인복지관을 겸하고 있어, 휠체어를 타거나 노화로 신체가 굳어버린 후천적 노인 장애인들도 거부감 없이 체육 교실에 합류할 수 있는 최적의 융합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생활권 안착이 결정지을 헬스케어의 미래
무주군은 '경락품세'로 매개로 한 일상 속 복지로 스며드는 실버 체육이 최종 지향점이다. 복지관 수련생들은 오는 9월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WCTU)이 주최·주관하는 '2026 무주 태린이문화 페스타' 시연회 무대에 오르는 목표를 향해 막바지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 단장은 "경락품세는 도장에 갈 필요 없이 거실이나 공원에서 주변 의식 없이 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명상 체조"라며 "어렵게 시작한 훈련이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행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이 뼈대를 세운 태권도 융합 수련법은 보건의료원의 의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 지역 사회의 단단한 노인 복지 인프라와 결합하며 빠르게 진화 중이다. 전문 시설과 복지 시설을 아우르는 무주군의 다각적 헬스케어 실험은 향후 전국 고령화 지역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유정우 마니아타임즈 선임기자 / ked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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