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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93] 당구에서 ‘밀어치기’를 ‘오시’라고 불렀던 까닭은

2026-05-24 06:27

 2023-2024 웰컴저축은행 웰빙 PBA 챔피언십 우승자 조건휘 [PBA 제공]
2023-2024 웰컴저축은행 웰빙 PBA 챔피언십 우승자 조건휘 [PBA 제공]
당구에서 ‘밀어치기’는 큐를 앞으로 길게 밀어 넣듯 스트로크하며 수구의 윗부분을 치는 기술이다. 당구 고수들은 초보자에게 끊어치지 말고, 공을 밀어 보내듯, 큐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가르친다. 이때 밀어치기는 몸과 큐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를 갖는다.

예전에는 밀어치기 대신 ‘오시(押し)’라는 일본말을 사용했다. 이 뜻은 말 그대로 ‘민다’, ‘눌러 보낸다’라는 것이다. ‘오시 친다’, ‘오시를 준다’, ‘오시가 먹었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시라는 말이 정확히 언제부터 한국 당구장에서 쓰였는지 연도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당구사 역사로 볼 때, 대체로 일제강점기~해방 직후 사이에 일본식 당구 용어와 함께 정착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당시 한국의 당구 문화 자체가 일본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근대식 당구장은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초기에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1920~30년대 당구장은 일본인 운영 비중이 컸고, 기술 용어도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따라갔다. ‘다마(玉)’, ‘시네루’, ‘기리까시’ 등과 같은 일본식 표현이 거의 원어 그대로 사용됐다. 지금도 한국 당구장에 일본어 잔재가 많은 이유다. (본 코너 (본 코너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1787] 당구에서 왜 ‘회전’을 ‘시네루’라고 말할까, 1788회 ’당구에서 ‘비껴치기’를 왜 ‘기리까시’라고 말할까‘ 참조)

밀어치기의 영어 표현 ‘팔로 샷(follow shot)’이다. 이 말은 수구가 목적구를 따라간다는 의미이다. 수구의 윗부분에 회전을 주면, 목적구를 맞은 뒤에도 전진 회전이 살아 남는다. 그래서 수구가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간다. 영어권 표현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밀어치기의 본질은 단순히 ‘세게 밀어치는 동작’이 아니다. 핵심은 수구의 전진 회전(top spin)이다. 수구 윗부분을 치면 전진 회전이 걸리고, 이 회전이 충돌 이후에도 살아 있으면서 수구를 앞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고수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밀어치는 게 아니라 굴리는 거다”라고 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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