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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있는 자가 강한 기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기라' 손아섭, 174억 뒤에 선 29억의 교훈…40세 산타나를 보라

2026-02-04 07:15

손아섭
손아섭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카를로스 산타나가 보여준 행보가 한국 야구계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작년 1,200만 달러(약 174억 원)를 받았던 산타나는 40세 나이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단돈 200만 달러(약 29억 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이 6분의 1토막 난 굴욕적인 조건이었지만 그는 주저 없이 도장을 찍었다. 산타나의 선택은 명확했다. 명예나 자존심보다 메이저리그라는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강력한 가치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KBO리그 통산 안타 1위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손아섭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 서 있다. 2월 3일까지도 그는 한화 이글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구단은 냉정한 시장 가치를 반영해 대폭 삭감된 연봉과 백업 역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손아섭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여전히 경쟁력에 자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손아섭이 간과하고 있는 베테랑의 생존 법칙이 있다. 바로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진리다. 산타나가 연봉 삭감을 감수하며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현장에 있어야 부상자 발생이나 팀의 부진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144경기라는 긴 호흡으로 치러지는 장기전이다. 주전으로 낙점된 강백호나 페라자가 시즌 내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때 준비된 베테랑이 그 자리를 메우며 실력을 증명한다면, 헐값 계약은 금세 '혜자 계약'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타 팀 역시 구멍이 생겼을 때 손아섭을 먼저 찾을 것이다.


손아섭이 강조하는 자신감은 행동이 아닌 계약서 조건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오만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진정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면 연봉 액수나 보직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일단 팀에 합류해 방망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 감독은 그를 쓰지 않을 재간이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캠프 합류조차 거부하며 밖에서 '자신감'만 외치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현장에 '적(籍)'이 있어야 기회도 오는 법인데, 스스로 그 기회의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손아섭의 현 상황은 '과거의 영광에 갇힌 베테랑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산타나가 보여준 현실 직시와 생존 본능은 그가 왜 40세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증명한다. 손아섭이 꿈꾸는 통산 3,000안타라는 대기록 또한 일단 그라운드 위에 서야 가능한 일이다. 자존심은 기록이 완성된 뒤에 세워도 늦지 않다. 지금 손아섭에게 필요한 것은자신감이 아니라, 산타나처럼 고개를 숙이고서라도 전쟁터 안으로 뛰어드는 용기다. 결국 살아남지 못하면 그 어떤 자신감도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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