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먼드백스 소속이었던 김병현은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과 5차전에서 잔혹한 역사를 남겼다.
4차전 9회 2사 1루에서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5차전 역시 같았다. 김병현은 두 타자를 잡아냈지만 마지막 한 사람 앞에서 무너졌다. 스캇 브로셔스의 좌월 투런. 김병현은 마운드 위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김병현은 '뛰었다'. 그리고 결국, 애리조나는 7차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4경기, 3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우승 반지 획득에는 실패했다.
2018년 다저스 소속 류현진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4와 3분의 2이닝 4실점에 그치며 패배를 떠안았다.
2020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은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첫 한국인 야수였다. 다저스와의 6경기에서 타율 1할1푼1리(9타수 1안타) 3득점에 그쳤다. 화려한 기록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런데 2025년, 김혜성(다저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자리 위에 서 있다. 그는뛰지 않고 있다. 월드시리즈 엔트리엔 있지만, 3차전까지 그라운드는 밟지 못했다. 스코어보드에 이름이 올라오지 않았다. 배트도, 글러브도, 주루도, 단 한 순간도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다저스는 우승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게 될지도 모른다. 뛰지도 않았는데 반지를 끼는 한국 선수가 될 수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