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와 기록으로는 결코 다 담아낼 수 없는, 기적의 총합이다.
야구는 본래 인간의 한계를 전제로 만들어진 스포츠였다.
투수와 타자는 서로의 불완전함으로 완성되는 두 축이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그 경계를 무너뜨렸다.
그에게 마운드와 타석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하루는 160km의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고, 다음 날은 같은 손으로 홈런을 그려낸다. 한 손에는 불을, 다른 손에는 번개를 쥔 사내.
그런데 그는 18일(한국시간) 같은 날 홈런을 치고 삼진을 잡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 오타니는 투타 겸업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투수로는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을 기록하며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공은 최고 시속 161km를 찍었다. 그리고 타석에서는 더욱 놀라웠다.
3타수 3안타 3홈런 5타점. 그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고, 3번째 홈런은 구장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경기에서 10탈삼진과 3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다.
이 활약으로 다저스는 NLCS 4연승(4-0) 스윕을 달성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채널과 주요 언론들은 "야구가 인간을 초월한 밤", "전설이 실존했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오타니는 이 시대에 내려온 신화다. 오늘, 우리는 목격했다. 한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가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고 있음을.
오타니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야구의 정의가 새로 쓰이는 자리다.
오타니를 인간의 언어로 찬미하는 건 이미 모독이다. 그는 야구 그 자체, 공과 방망이로 새겨진 영원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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