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겨울, 컵스는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다. 그들은 밀워키 브루어스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던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을 5년 4천만 달러, 사상 최대 규모의 감독 계약으로 영입했다.
작은 시장에서 꾸준히 가을야구를 만들어온 명장, 리그 전체가 부러워하던 지도자를 컵스는 돈으로 데려온 것이다.
카운셀은 밀워키를 버렸다. 그리고 컵스는 믿었다. 이제 진짜로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2년 뒤, 야구의 신은 잔인한 농담을 던졌다.
컵스는 포스트시즌에서 그가 떠난 밀워키에게 무너졌다. 4천만 달러짜리 감독이, 자신이 버린 팀에게 굴복한 것이다.
밀워키는 카운셀 없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남긴 시스템과 팀 컬처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브루어스는 '배신당한 팀'에서 '배신을 갚은 팀'이 됐다.
반면 컵스는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영혼이 없었다. 거액의 선수, 비싼 감독, 하지만 팀은 없었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그들의 야구는 값비쌌지만, 값어치는 없었다.
패배 직후,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크레이그 해고해라, 햅 내보내라, 스완슨도 잘라라!" "2억1천만 달러짜리 로스터가 스몰마켓 팀한테 지다니, 웃기네."
컵스 팬들의 X(옛 트위터) 타임라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들은 감독을 비난했고, 선수들을 비난했고, 무엇보다 돈으로 야구를 사려 한 팀의 오만을 비웃었다.
카운셀은 밀워키에서 '가치'를 위해 싸우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그는 '가격'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돈을 좇았지만, 돈은 그를 구하지 못했다.
컵스는 승리를 잃었고, 카운셀은 명예를 잃었다. 그리고 밀워키는, 오직 야구로 그 배신을 되갚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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