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골체육촌’이라는 명칭은 북한식 지명과 조직 명칭 체계의 전형적인 예이다. ‘안골’은 ‘안전할 안(安)’과 ‘골짜기 골(谷)’이 결합된 한자어와 한글이 혼합된 명칭이다. ‘골’은 순우리말로 ‘마을’, ‘골짜기’를 뜻한다. ‘안골’은 ‘평안하고 아늑한 마을’ 혹은 ‘평온한 골짜기’라는 말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안골’은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지명으로, 김일성종합대학 근처, 과학자·체육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체육촌’은 말 그대로 체육인(선수, 지도자)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훈련하는 마을형 단지를 의미한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참조) 남한의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북한은 1970~80년대 이후 ‘체육강국’ 노선에 따라, 종목별 국가대표 및 엘리트 체육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국 단위 체육기지를 세웠는데, 그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안골체육촌이다. ‘안골체육촌’ 은 평온한 골짜기에 자리한 체육인들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안골체육촌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6년 2월27일자 ‘북한(北韓),평양(平壤) 근교에 체육촌(體育村)건설 서둘러’ 기사는 ‘【서울=내외(内外)】북한(北韓)은 평양(平壤)근교에 대규모의 체육촌(村)건설을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평양(平壤)방송이 18일 보도했다. 평양(平壤)의 신시가지 조성을위해지난1월 착공한바 있는「광복거리」(팔골네거리~만경대(萬景臺) 갈림길 5·4㎞(㎞)구간)와 연결,건설하는「안골체육촌(村)」은 축구를 비롯해 각종 경기를 치를수 있는「안골경기장」과 3개의축구훈련장,9개의 실내체육관이 새로 신설되는것 등이 주요내용이라고 이방송을 전했다. 9개의 실내체육관은 수천명의 관람객이 들어갈 수있는 전문화된 체육관으로서 각각 배구관—수영관—탁구관—수구관—역도관등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건설할 예정인 것으로 이방송은 밝혔다’고 전했다.
안골체육촌은 1980년대 초반 김정일의 지시로 건설을 계획하고, 공사를 추진해 1988년 9월3일 완공됐다. 북한 언론은 안골체육촌을 “체육선수들의 요람이며 조국의 영예를 높이는 심장부”라고 표현한다. 훈련장은 체육관을 넘어 정치적 공간이 된다. 경기에서의 승리는 곧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사건으로 해석되고, 선수는 ‘인민의 자랑’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된다. 체육이 개인의 꿈을 넘어 국가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안골체육촌은 단순한 훈련지가 아니라 ‘사회주의 신체정치의 무대’로 기능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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