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타선은 정규시즌 내내 리그 상위권 화력을 자랑했다. 장타력과 연결 능력 모두 균형을 이룬 라인업으로, 상대 선발에게 두세 번 기회를 주면 반드시 타격을 해냈다. 하지만 류현진 앞에서는 달랐다. 빠른 공이 예전처럼 위력적이지 않아도, 볼 배합과 승부 타이밍 하나로 타자들의 타격감을 무디게 만들었다. 마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수많은 강타자를 상대하며 터득한 생존술을 그대로 가져온 듯했다.
문제는 이 장면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LG 입장에서는 단순히 한 경기를 내준 게 아니다. 지금 '류현진 공략 불가'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한국시리스에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매 경기 7이닝 무실점을 할 필요도 없다. 5이닝만 막고 내려와도, LG 타선이 그 사이 해결책을 못 찾는다면 시리즈 흐름은 기울게 마련이다.
류현진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지금처럼 '관록 투구'만으로 LG를 상대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LG가 반드시 대비책을 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가 다음 대결에서 무너지는 경우는 흔하다. LG의 분석력과 적응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류현진에게 필요한 건 지속적인 조정이다. 같은 구종이라도 다른 타이밍, 다른 존 활용, 그리고 때로는 의외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무난하게 던지는 것만으로는 경기를 지배할 수 없다. 월드시리즈 경험은 분명 값진 자산이지만, KBO 한국시리즈는 또 다른 무대이자 변수가 많은 단기전이기 때문이다.
LG 타선에게는 엄청난 과제가 주어졌다. '메이저리그급 투수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물러설 수는 없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원하는 팀이라면, 최고의 투수를 넘어서는 한 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류현진이라는 벽을 뚫지 못한다면 그 벽은 곧 LG의 시즌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LG와의 4경기에서 1.0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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