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염경엽 감독은 팀 내 최다 타점이자 KBO 2위인 108타점을 올린 문보경을 과감히 뺐다. 이유는 단순했다. 최근 타격 부진, 그리고 훈련에 더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한화 마운드는 '문 없는 LG'를 훨씬 여유 있게 상대했다.
타순은 단순한 숫자 배열이 아니다. 상대에게 주는 메시지다. 문보경이 4번에 서 있을 때, 투수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비록 최근 타율이 0.154로 떨어졌더라도, 24홈런·108타점을 기록한 중심타자가 빠진 라인업은 그 자체로 상대에게 '오늘은 막기 쉽다'는 심리적 이득을 안겨준다. LG의 공격력이 반 토막 나는 것은 물론, 한화는 주저 없이 승부를 걸 수 있었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위한 훈련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 확정까지 2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훈련'이라는 단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시점에서 중심타자를 빼는 것은 스스로 상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타 팀의 경우 4번타자가 부진해도 계속 4번타자로 기용했다. 그 결과 그는 스스로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지금 펄펄 날고 있다. 누군지는 다 알 것이다.
물론 문보경 본인도 자유롭지 않다. 부진이 길어진 건 사실이고,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중심타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중심타자의 무게감은 단순히 안타 하나, 홈런 하나로 환산되는 게 아니다. 타석에 서 있다는 존재감 자체가 팀의 전력이고, 상대에겐 압박이다.
LG가 한국시리즈를 향하는 길에서 문보경은 반드시 4번에 서야 한다. 감독이든 선수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문 없는 LG'는 강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해답은 단순하다. 문보경을 다시 4번에 세우는 것, 그것이 LG가 살 길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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