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는 멋의 스포츠잖아요?” 맞는 말이다. 깔끔한 복장과 정리된 외모는 골퍼의 예의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런데 간혹 그 멋이 지나쳐 '스코어보다 스타일'에 더 집중하는 골퍼들을 보게 된다.그중 한 명은 늘 같은 방식으로 등장한다.라운드 당일 그는 10분 늦게 등장해선 헤드 커버를 벗기며 “이거 신형 드라이버야, 헤드 탄성 보소.”라며 주위를 환기시킨다.
복장은 최신 유행으로 무장했고 클럽은 모두 투어 스펙인데 문제는 티샷이 그만 숲의 오른쪽으로 들어간다.그 뒤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오늘따라 공이 안 맞네”라는 말과 함께 기분도, 경기 흐름도 모두 무너져버린다.
이럴 때 문득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공자의 『논어(論語) · 옹야편』에 나오는 말로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공자는 외형보다 내면을 중요시했지만 그렇다고 꾸밈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았다. 멋은 필요하지만 절제되어야 하며 절제 속에서도 기품과 조화가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골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장비는 실력을 돋보이게 하지만, 그 장비를 대하는 태도와 매너가 없다면 오히려 허세처럼 보이기 쉽다. 반면 장비는 오래되었지만 깔끔하게 손질된 클럽, 묵묵히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라운드 내내 조용한 톤으로 동반자들을 배려하는 골퍼가 있다.
그의 복장은 무채색 계열로 눈에 띄진 않지만, 스윙 후 피니시 자세는 늘 정갈하고 안정되어 있다. 벙커샷 후엔 조용히 샌드 레이크를 정리하고, 티박스에서도 먼저 티를 정리하며 다음 타자에게 순서를 양보한다. 그런 골퍼를 보고 있으면 ‘이게 진짜 멋이구나’ 싶다. 스타일은 보여주는 것이고, 품격은 스며드는 것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된다.
골프는 단순한 구기 종목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자, 상대에 대한 예의가 골고루 담긴 스포츠’다. 그렇기에 멋도 실력도, 결국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골프장에서 무엇을 입고 어떤 장비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서 있고 어떤 마음으로 치느냐가 더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절제된 멋이 오래가고 조용한 품격이 더 깊이 남는다.
오늘 라운드에선 신상 클럽보다 먼저 그날 나의 품격부터 챙겨보는 건 어떨까.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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