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현의 피칭을 처음 접한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문동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고교 시절부터 150km 후반대를 찍던 파이어볼러, 한화 이글스의 1차 지명, 그리고 ‘미완의 대기’라는 타이틀까지. 둘은 출발선부터 닮아 있었다.
문동주는 이미 한화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서현은 최고 구속 160km를 자랑한다. 단순히 빠른 공이 아닌, 회전수와 위력까지 갖춘 속구는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김서현의 진짜 가능성은 두 번째 유사성, 바로 안우진과의 교집합에서 드러난다. 빠른 공에만 의존하지 않고,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삼진을 유도하는 스타일.
2024년 후반기부터 김서현은 이 '안우진식 투구 패턴'을 실전에 적용하며 KBO 리그 평균 이상 탈삼진율을 기록 중이다.
물론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제구력은 종종 흔들리고, 구종 운용도 기복이 있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공격성과 자신감은 안우진 루키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야구는 속구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를 별개로 여겨왔다. 하지만 김서현은 '강속구 + 탈삼진 + 변화구 시도'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투수다. 그는 지금, 문동주의 신체적 재능과 안우진의 기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꾸준히 경험을 쌓고, 제구와 멘탈을 다듬는다면 김서현은 '문우진'이 될 수도 있다.
한화가 기다리던 미래는 어쩌면, 이미 마운드 위에 서 있을지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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