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십 매치에서 5시간 29분간의 대혈투를 벌였다. 결과는 알카라스의 3-2(4-6 6-7<4-7> 6-4 7-6<7-3> 7-6<10-2>) 승리였다.
2001년생 신네르와 2003년생 알카라스가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 처음 만난 이날 경기는 여러 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두 선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남자 테니스를 지배한 소위 '빅4' 시대 이후의 주역으로 기대받아 왔다.
남자 테니스 '빅4'는 1981년생 로저 페더러(스위스), 1986년생 라파엘 나달(스페인), 1987년생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영국)를 지칭한다.
하지만 현재 '빅4' 중에서는 조코비치만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알카라스와 신네르를 중심으로 한 '양강 구도'가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프랑스오픈은 특별한 상징성을 지녔다.

남자 테니스 메이저 무대에서 2000년대 출생 선수들끼리 결승을 치른 것도 이번 프랑스오픈이 최초였다.
이번 결과로 작년부터 메이저 단식 타이틀 총 6개 중 신네르와 알카라스가 각각 3개씩 균등하게 분할하게 되었다.
이 두 선수 외에는 조코비치가 2023년 US오픈에서 마지막으로 메이저 정상에 섰고, 작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라이벌 관계가 향후 남자 테니스를 이끌어갈 핵심 동력이 된 것이다.
특히 알카라스는 비에른 보리(스웨덴), 나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최연소 메이저 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날 결승전에서 토털 포인트 193-192로 신네르가 단 1점 더 획득할 정도로 치열한 대결이었으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최장 시간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두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 수준은 압도적이었다.
1980년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7회 우승을 차지한 매츠 빌란더(스웨덴)는 이날 미국 TNT 중계방송에서 "이 두 선수는 테니스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시대 이후 이런 수준의 경기력을 목격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존 매켄로도 "나달의 전성기와 견주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 두 선수의 경기력은 제가 지켜본 것 중 최고"라고 단언했다.
알카라스는 '올코트형' 선수로 인정받는다. 이미 프랑스오픈(2024년·2025년), 윔블던(2023년·2024년), US오픈(2022년) 등 클레이, 잔디, 하드코트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이날 결승에서 선보인 최고 시속 220km에 이르는 강력한 서브와 민첩한 발놀림을 바탕으로 한 코트 커버리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등이 그의 장점이다. 여기에 한번 기세를 탄 후 관중들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쇼맨십까지 겸비했다.
반면 신네르는 아직 하드코트 메이저 대회에서만 3차례(2024년·2025년 호주오픈, 2024년 US오픈) 우승을 기록했다.
주니어 시절 스키 선수 출신인 그는 탄탄한 하체 힘에서 나오는 묵직한 샷이 특징이다. 또한 이날 결승전 내내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을 정도의 침착함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은 20대 초반 선수로는 보기 드문 성숙함을 보여준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이저 결승에서는 피로감을 느끼거나 포기할 여유가 없다"며 "끝없이 싸워나가는 것만이 답"이라고 자신만의 적극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반면 신네르는 패배 후 코트에서 마이크를 잡고 알카라스에게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 축하한다"고 인사하며 "오늘 밤 잠들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신네르를 상대로 5연승을 기록하며 맞대결 전적을 8승 4패로 앞서가는 알카라스는 "내가 계속해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신네르도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고, 나 역시 계속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메이저 결승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건전한 경쟁 의지를 다졌다.
다음 메이저 대회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윔블던이다. /연합뉴스
[이종균 마니아타임즈 기자 / ljk@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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