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장에 흐릿하게 그려져 있던 빨간 줄은 경쟁을 위한,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모두가 함께 뛸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울타리였다. 그러기에 그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달리는 것을 넘어 필사적으로 한 발 내딛는 용기와 한계에 부딪히며 그것을 넘기 위해 무수히 노력하는 과정, 그 안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던 것이다.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빨간색 트랙의 부재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다. 인조잔디 구장은 축구 등 특정 스포츠에 최적화되어 있어 일반 학생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기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다. 반면 트랙은 특정 스포츠가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 옛날 운동회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계주 경기였다. 바통이 옮겨질 때마다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순간들을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학교 운동장에 다시금 빨간색 줄이 그어질 날이 있을까? 곡선 안에서 펼쳐지는 땀내 풀풀 나는 학생들의 아름다운 향연을 말이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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