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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토막 리뷰] 합치고 합치다 보니 버스 내릴 곳 지났네

컴투스 '전투기 키우기 Strikers 1945'

2024-05-22 09:35

'전투기 키우기 Strikers 1945' 시작화면(왼쪽)과 게임화면.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전투기 키우기 Strikers 1945' 시작화면(왼쪽)과 게임화면.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


새 스마트폰 구입 뒤, 혹은 버스·지하철 안에서나 자기 전 플레이스토어, 혹은 앱스토어에 들어가 게임을 찾아보려는, 독자라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과연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일까 일 것입니다. 물론 이것저것 다 깔아놓고 소위 '찍먹'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부담도 큽니다. 이에 마니아타임즈에서 대신 게임을 깔아보고, 실제로 어떤지 간접 체험해 드립니다. 첫 게임은 컴투스의 '전투기 키우기 Strikers 1945' 입니다. [편집자주]

'스트라이커즈 1945'는 기자를 포함한 많은 아저씨 게이머들에게 있어 어린시절 '오락실'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추억의 한 조각에 위치한 게임 중 하나다. 본래 일본 사이쿄에서 1995년 만든 슈팅게임이다. 여담이지만, 캡콤의 1942 등 슈팅게임의 고전과 같은 시리즈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시리즈다.

사이쿄의 슈팅게임들은 탄막 슈팅 게임으로는 비교적 균형이 잘 잡힌 난이도와, 개성있는 대형 보스와의 전투, 선택한 비행기에 따라 다른 공격 형태 등 다양한 특징들을 만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 중에서도 표준적인 난이도를 가진 '스트라이커즈 1945'는 지금도 게임센터를 찾으면 한 구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만큼 당연히 다양한 이식작들이 나왔고, 모바일로도 이식됐다. 모바일 이식은 특이하게도 국내사들이 주도했는데, 스트라이커즈 1945를 포함한 사이쿄의 슈팅게임들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17년 국내사인 APXSOFT에서 만든 '스트라이커즈 1945 World War'가 대표적인데, 이 게임은 스트라이커즈 1945 뿐 아니라 건버드, 전국 블레이드의 기체(혹은 플레이어)나 오퍼레이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2020년 국내사 모비릭스에서 나온 '스트라이커즈 1945 콜렉션'은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뿐 아니라, '건버드' 시리즈, '전국 에이스', '스페이스 봄버', '드래곤 블레이즈'까지 묶은 IP(지적재산권) 종합 선물세트였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슈팅게임이 아니라 방치형 게임으로 바뀌었는데, 하단에 4기의 비행기를 깔고, 1기의 비행기를 조정하면서 스테이지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플레이어가 딱히 조정을 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3번째 국내 스트라이커즈1945의 IP를 이용한 게임이 바로 지난해 10월 컴투스에서 나온 '스트라이커즈1945: RE'다. 국내 개발사 피버 게임즈가 제작했으며, 정통 슈팅게임에 가깝다. 슈팅게임으로서의 난이도는 다소 내려갔고, 기체 업그레이드가 추가됐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스타일도 일부 차용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장착형 조이패드를 스마트폰과 세로로 연결할 경우 쾌적한 조작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화면 터치 콘트롤로는 조작이 불편한데다, 후반부로 갈수록 단조롭다는 평가를 피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스트라이커즈 1945' 시작 후 나오는 게임 스토리. 캐릭터들이 있지만 게임 내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빨간 버튼(오른쪽 아래)은 게임 내내 계속 누르게 된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스트라이커즈 1945' 시작 후 나오는 게임 스토리. 캐릭터들이 있지만 게임 내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빨간 버튼(오른쪽 아래)은 게임 내내 계속 누르게 된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게임이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다. 컴투스 자회사 노바코어가 개발했는데, '방치형'이다. 사실 처음에 이 게임을 설치할 당시 기자는 방치형 게임이라는 사실은 짐작도 못하고 단순히 '1945'라는 이름만 보고 덜컥 시작해 버렸다. 설마 슈팅게임이 방치형일리는 없다고 어림짐작한 탓이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과거로 돌아가 C.A.N.Y 조직을 괴멸시켜야 한다는, 미소녀가 등장하는 인트로가 나오고, 1945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의 빨간 버튼을 누르면 노란색 작은 비행기가 생산된다.

이 비행기는 10대(추후 더 늘릴 수 있다)까지 생산되는데, 사전 정보가 없는 유저는 이걸 움직여서 싸우는 것이 게임의 주 콘텐츠라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 이 비행기를 움직이며 적 총알도 피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재료'다. 노란색 비행기 2대를 합치면 빨간색 비행기가 나오고, 빨산색 비행기 2대를 합치면 파란색 비행기, 파란색 비행기 2대를 합치면... 하는 식으로 10단계 비행기까지 만드는 것이 주된 콘트롤이다. 참고로 굳이 비행기를 일일이 잡아서 합성하지 않아도 화면을 두번 두드리기만 해도 합성은 이뤄진다.

그리고 10단계를 넘어서면 비로소 스트라이커즈 1945에서 봐 왔던 비행기가 대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랜덤으로 비행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종의 뽑기 요소를 갖는다.

게임 중 등장하는 작은 비행기들. 이 비행기들은 대형 비행기를 뽑기 위한 재료들이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게임 중 등장하는 작은 비행기들. 이 비행기들은 대형 비행기를 뽑기 위한 재료들이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방치형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 게임에 대한 평가 방법을 다르게 하게 된다. 방치형 게임의 재미는 얼마나 지루하지 않게 게임 내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시켜야 할 캐릭터(이 게임에서는 비행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게임은 나쁘지 않다. 버스 안에서 빨간 버튼을 눌러 가며 노란색 병아리 같은 꼬마 비행기들을 생산하고, 이를 합쳐서 큰 비행기를 만들고, 이를 반복하다보면 의외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리고 나만의 편대를 만들고 멍하니 지켜보면 그만이다.

튜토리얼을 마치면 이벤트성인지 10단계 비행기를 한꺼번에 수십 대(기자의 경우 51대를 받았는데 고정인지 모르겠다)를 쏟아주는데, 여기서 상당한 성장 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10단계에서 합쳐서 나오는 비행기는 'Ki-84 하야테', 'XF5U 플라잉 팬케이크', '사보타주', 'DH98 모스키토', 'BF109 메셔슈미트', '포케불프 Ta-152', 'P-96 포레스트', '제로 파이터', 'Fa-18e 수퍼호넷', '피아트 G-56 센타우로', 'J7W 신덴', 'P-51 머스탱', 스핏파이어' 등 원작에 나왔던 기체들을 리파인 한 것들이다.

비행기들은 물, 불, 나무, 중립 등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속성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 왜 비행기에 속성이 달려 있는지는 모르겠다. 간혹 동일하게 생긴 비행기임에도 다소 버전이 다르고 속성이 다른 것도 등장하는데, 이전 버전에 비해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이들을 전투를 통해 얻은 골드와 강화석 등을 통해 레벨업을 시키는 것이 게임의 주 내용이다.

작은 비행기들을 합쳐 만들 수 있는 비행기 목록 중 일부. 이 비행기들은 최대 6대까지 출전 시킬 수 있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작은 비행기들을 합쳐 만들 수 있는 비행기 목록 중 일부. 이 비행기들은 최대 6대까지 출전 시킬 수 있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게임에서 메카니컬한 느낌을 원했다면 뭔가 이상하긴 하다. 속성도 그렇고, 보스는 지옥에서 괴물이 나타나는 등 판타지적 요소가 이물감 있게 섞여 있다. 특히 지역보스에는 심연의 고행 임무, 불타는 지옥 임무, 극한의 얼음 임무, 저주의 숲속 임무가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보스들은 아무래도 판타지에 등장할만한 괴수들이 나온다.

슈팅게임의 특성상 화면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멍 때리고 비행기들이 합쳐지는 걸 보다 보면 30분은 후딱 지나간다. 탄막 슈팅게임 비슷한 것은 하고 싶은데, 이전처럼 반사 신경도 좋지 않고, 동체시력도 따라가기 어렵지만, 그래도 과거에 하던 1945 같은 게임을 하고 싶다면 딱이다.

BM(비지니스 모델)은 방치만 해 놓더라도 자동으로 생산하고, 합성해주는 것이 가장 요긴해보였는데, 이는 보석을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사용가능했다. 즉, 현금을 사용할 요소는 적어도 초반에는 크게 없어 보였다. 즉 가볍게 시작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활용법이 아쉽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게임 내 여성 캐릭터의 활용법이 아쉽다. 자료 출처 : 게임화면 캡처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첫째, 비행기를 리파인 한 것은 좋았던 디자인 요소로 꼽을 수 있겠지만, 캐릭터, 그것도 매력적일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 너무 한정적이다. 최근 서브컬처 게임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좀 더 참조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 적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아군이 열심히 총알을 낭비하는 모습만 보게 되는 것은 회면을 심심하게 만들었다. 후반부에 적이 강해지면 이런 요소는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자가 즐긴 초반부에는 레벨업에 대한 욕구는 크게 생기지 않을 정도로 따분했다.

또한 레벨업, 보상 등 시스템이 다소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한데, 성장의 요소를 일원화 하거나, 최근 중국 게임들이 원 클릭으로 모든 보상을 획득하게 만드는 UI/UX를 채용한 것을 참조했었으면 더 좋았을 법 하다. 주 유저층이 1945에 추억을 가진 아저씨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잡한 것은 '독'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945에 추억이 있다면 한번쯤 깔아 놓고 멍 하니 쳐다보며 힐링하는 것을 원한다면 이 게임은 스마트폰 메모리의 한구석을 내줄만한 가치는 있다. 깔아 놓고 즐기는 것을 잊어버렸더라도 아무때나 열어서 쌓인 보상을 확인하면 뭔가 뿌듯해지는 것이야 말로 방치형 게임의 미덕 아닐까.

하지만 기자처럼 방치형 슈팅 게임인 줄 알고 설치하려 한다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고려해 보길 바란다. 대신 '스트라이커즈1945: RE'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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