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62]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본부, 유럽이 아닌 아시아 말레이시아에 둔 까닭은

2024-03-31 07:40

유럽이 아닌 아시아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세계배드민턴연맹 홈페이지. [BWF 홈페이지 캡처]
유럽이 아닌 아시아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세계배드민턴연맹 홈페이지. [BWF 홈페이지 캡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종목 35개 가운데 아시아에 국제본부를 둔 종목은 배드민턴(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과 태권도(한국 서울) 2개뿐이다. 태권도는 한국이 발상지이기 때문에 서울에 세계연맹 본부가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배드민턴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부를 두고 있다.

근대 스포츠는 자본주의와 함께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시작해 제국주의를 활용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스포츠 관련 국제기구가 거의 예외없이 유럽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유다. 그만큼 지구촌의 근대란 유럽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태권도와 배드민턴이 유럽에서 벗어나 아시아에 본부를 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원래 배드민턴 세계연맹본부는 창설 이래 영국 챌튼햄에 있었다. 국제배드민턴연맹(International Badminton Federation, IBF)은 9개 회원국(네덜런드, 뉴질랜드, 덴마크, 스코틀랜드, 아일앨드, 웨일스, 잉글랜드, 캐나다, 프랑스)으로 출발했다. IBF는 1981년 세계배드민턴연맹과 합병됐으며, 2006년 마드리드 임시총회에서 BWF(Badminton World Federation)로 명칭이 변경됐다.(본 코너 1054회 ‘왜 ‘세계배드민턴연맹’이라 말할까‘ 참조)

배드민턴 세계연맹본부는 2005년 10월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옮겼다. 당시 세계연맹은 한국의 강영중 회장이 이끌고 있었다. 영국 등 유럽세가 주도하던 IBF 회장에 취임한 강 회장은 2005년 5월 중국 베이징 IBF 총회에서 단독 출마, 156명의 대의원 가운데 참석한 132명의 추대로 오는 2009년까지 4년 임기의 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강 회장은 원래 세계배드민턴연맹 본부를 한국 서울로 유치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스포츠 단체에게 면세법 적용, 사무실 제공 등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원활하지 않아 포기했다는 것이다.

1980~1990년대 시덱 형제가 세계 대회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한 배드민턴 강국 말레이시아는 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계연맹 본부에 외교관에 준하는 면세 등 파격적인 혜택에 부여하며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통상 국제스포츠연맹은 본부 이전문제는 총회에서 결정된다”며 “본부에 대한 혜택을 어떻게 주는 가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강 회장이 당시 말레이시아를 지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박용성 회장이 국제유도연맹 회장으로 취임할 때도 한국 서울로 연맹 본부를 가져오려고 했으나 국내에서 유치할 면세 조항 등 법적 조건이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대표 사무소 정도만 운영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연맹 본부를 유치하려면 관련법 정비부터 해야한다. 정부와 체육 당국은 한국스포츠 발전을 위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스포츠 기구 중 비유럽에 본부가 있는 단체는 배드민턴과 태권도 외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있다. WADA 본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다. WADA는 캐나다 IOC 위원과 IOC 부위원장을 역임한 리처드 파운드가 초대 WADA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부를 캐나다로 가져왔다. 현재 IOC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스포츠 기구는 스위스 로잔 등에 있다. 육상은 모나코, 수영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스위스 밖에 있지만 대부분 유럽을 벗어나지 않는다.

배드민턴 본부가 유럽 밖에 본부를 두게 된 것은 배드민턴 기원과도 연관이 깊다. 배드민턴은 1820년경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봄베이 지방에서 성행하였던 ‘푸나(Poona)’라는 놀이를 당시 인도에서 주둔하고 있던 영국 육군사관들이 배워 본국으로 돌아와 경기화 시키게 된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1893년 영국 배드민턴협회의 창립과 동시에 규칙이 제정되었고 1899년 배드민턴대회가 개최되어 덴마크, 스웨덴, 서독 등의 유럽 각국과 캐나다, 미국 등으로 확산 보급되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는 국기라고 할 만큼 인기있는 스포츠로서 널리 보급되어 있다. 근래 세계의 배드민턴 강국으로는 영국, 덴마크, 독일 등과 동양권의 중국,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시범종목을 거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배드민턴은 중국,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본 코너 1051회 '왜 배드민턴이라 말할까' 참조)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은 유럽지역에서 배드민턴 강국으로 자리잡은 덴마크가 회장국이다. 2013년부터 회장은 2004 아테네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폴 에릭 라르센이 맡고 있다. 사무총장도 덴마크 출신으로 라르센 회장과 선수시절 혼합복식에서 활약한 토마스 룬트가 맡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