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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43] 탁구에서 ‘레퍼리’와 ‘엄파이어’를 구분하는 이유

2024-03-09 08:19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경기에서 2명의 엄파이어가 심판을 맡고 있는 모습.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경기에서 2명의 엄파이어가 심판을 맡고 있는 모습.
레퍼리는 영어 ‘Referee’를 발음대로 옮긴 외래어이다. 우리 말로는 심판이라고 말한다. ‘살필 심(審)’과 ‘판단할 판(判)'이 합쳐진 심판은 운동경기에서 심판을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본식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니 심판이라는 단어는 1880년 고종이후에 13번 등장한다. 이는 심판이라는 말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영어에서 심판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레프리 말고도 엄파이어(Umpire), 저지(Judge), 테크니컬 오피셜(Technical Official) 등을 쓴다. 레프리는 대체로 ‘경기장 안에 들어가 있는 심판’, 엄파이어는 ‘경기장 밖에 있는 심판’일 때 주로 사용하지만 정해진 원칙은 있지 않다.

탁구에서 레퍼리와 엄파이어는 분명히 구별해 사용한다. 국제탁구연맹(ITTF) 2024 핸드북 ‘Statutes’에 따르면 레퍼리는 경기 전반에 대한 책임을 맡으며 한 대회에 1명을 두도록 했다. 레퍼리는 추첨의 진행. 경기 시간과 탁구대별로 매치 스케줄링. 매치 오피셜 임명. 매치 오피셜을 위한 대회 전 브리핑 실시. 선수들에 대한 자격 점검. 비상사태 발생 시 경기 중지 여부 결정. 선수가 경기 도중 경기 장소를 떠나도 되는지에 대한 결정. 규정된 연습시간을 늘려도 될 것인지에 대한 결정. 선수들이 경기 중 긴 운동복(track suit)을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결정 등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엄파이어는 각 경기마다 주심과 부심 각각 1명씩을 운영토록 했다. 주심은 네트와 같은 선상에 앉거나 서야 하며 부심은 탁구대 반대편에서 주심과 마주하고 앉는다. 주심과 부심은 해당 경기에 대한 심판의 모든 권한을 갖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Referee’는 1600년대초부터 처음 사용한 기록이 있다. ‘알아보다’는 동사 ‘Refer’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e’가 붙여진 말이다. 동사 ‘Refer’은 다시를 뜻하는 접두사 ‘Re’와 옮기다는 의미인 ‘Fer’를 붙여서 다시 옮기거나 참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레퍼리는 어원에서 유래하듯 다시 살펴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본 코너 513회 ‘배구에서 레프리(Referee)를 심판(審判)이라 말하는 이유’ 참조)

‘Umpire’는 중세 영어 ‘Nompeer’에서 파생된 것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의뢰받은 자’라는 뜻이다. 어원은 중세 프랑스어 '제 3자'를 의미하는 ‘Nomper’에 뿌리를 두고 있다. ‘Nomper’은 아니다(Not)는 의미의 ‘Non’과 같다(Even)는 뜻인 ‘(Per)’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 말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를 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본 코너 154회 ‘왜 ‘Umpire’을 ‘심판(審判)’이라 말할까‘ 참조) 주로 야구에서 심판을 엄파이어라고 부른다.

대체로 레퍼리는 결정자의 역할을 강조되는 것에 반해 엄파이어는 중재자의 역할이 두드러진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탁구에선 이 단어의 본래적 의미를 구분해 레퍼리는 대회 경기 운영의 전반적인 책임을, 엄파이어는 해당 경기 운영의 세분적 책임을 맡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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