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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38] 탁구에서 왜 ‘게임’이라 말할까

2024-03-04 08:09

지난 2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경기중인 한국여자 간판 신유빈. [연합뉴스]
지난 2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경기중인 한국여자 간판 신유빈. [연합뉴스]
‘게임’은 영어 ‘Game’을 발음대로 표기한 외래어이다. 사전적 정의는 네 가지이다. 먼저 놀이, 유희, 오락이다. 두 번째는 경기 그 자체이다. 세 번쨰는 경기의 횟수를 세는 단위이다. 의존 명사적 용법으로 ‘축구 한 게임’, ‘당구 두 게임’ 등으로 쓰인다. 네 번째는 승부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점수이다. 테니스에서 4점이 한 게임이며, 탁구에선 11점이 한 게임이다. (본 코너 1012회 ‘탁구 게임은 왜 ‘11점제’로 할까‘ 참조)

탁구경기는 단식 7판 4선승제, 복식 5판 3선승제로 이뤄져 있다. 7판 4선승제에서 4게임을 이기면 경기에서 승자가 되며, 5판 3선승제선 3게임을 이기면 승자가 된다. 탁구에서 게임은 배구 등에서의 세트와 같은 의미이다. 탁구에서 ‘게임 포인트’는 게임 승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득점을 말한다. 테니스, 배드민턴 등에서 쓰는 게임 포인트와 같은 뜻이다. (본 코너 976회 ‘테니스에서 왜 ‘게임 포인트(game point)’라 말할까‘ 참조)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Game’은 고대 독일어 ‘Gamana’가 어원이다. ‘Gamana’는 집단을 의미하는 접두사 ‘ga’와 남자를 의미하는 어미 ‘man’이 합성된 말로 집단속에 있는 남자를 뜻한다. 이 말이 고대 서부독일어 ‘Gaman’으로 바뀌었으며, 고대 영어 ‘Gamen’으로 차용되면서 스포츠나 오락 등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Game’은 중세영어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탁구에서 게임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테니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890년대 영국에서 테니스 방식을 모방한 탁구가 등장하면서 용어를 테니스에서 많이 차용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의 야구에서 게임은 9이닝으로 이루진 한 경기를 의미한다. 미국 언론은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 리그챔피언십, 월드시리즈 경기를 ‘게임 1’ , ‘게임 2’등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게임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23년 2월23일자 ‘배재교(培材校)의축구회(蹴球會)’ 기사는 ‘시내뎡도(정동(貞洞))에잇는 사립배재(배재(培材))고등보통학교와 배재학고본과생들의 뎨이희학생죽구회는멍일오후한시부터 동교운동장안에서 열니라는데각반학생중날넌학생들을선발하야 다섯「께임」으로작뎡하아 한다하며입장은무로이라더라’고 전했다. 당시는 게임을 ‘께임’으로 불렀다.

‘논리철학논고’, ‘철학적 탐구’와 같은 주요 저서를 통해 영미 언어분석 철학의 기초를 닦은 오스트리아 출생의 영국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게임이라는 단어를 정의한 최초로 한 철학가로 평가받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게임에는 놀이, 규칙, 경쟁과 같은 요소들이 있지만 이것으로 게임이라는 말을 적절하게 규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비트겐슈타인은 게임은 이질적인 인간 활동의 범위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용어라고 정의했다. 현대철학자 버나드 슈트(1925-2007)은 “게임이란 특정 규칙에 의해 허용된 수단만 사용하여 특정 상태를 가져오도록 지시된 활동”이라며 현대적 해석을 하기도 했다. (본 코너 933회 ‘테니스에서 왜 ‘게임(game)‘이라고 말할까’ 참조)

자본주의 국가의 전형적 정치체제인 대의 민주주의는 헌법이라는 규칙을 바탕으로 선거라는 게임을 벌이듯, 스포츠에서는 특정 규칙에 정해진 대로 게임을 한다. 스포츠는 게임의 규칙을 통해 승패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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