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말만큼 허무한 평가는 없다. 선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자주, 가장 허무하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그것도 실력이다. 끝까지 해내지 못한 재능은 재능이 아니라 가능성일 뿐이다.
김도영은 단순한 가능성으로 끝날 선수가 아니었다. 아니, 지금도 아니다. 그는 KIA 타이거즈가 오랜 시간 갈망했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실제로 2024시즌은 그런 기대를 증명해내는 시기였다.
그러나 반복된 부상이 그의 질주를 막고 있다. 손바닥, 중족골, 엄지손가락, 햄스트링. 이름만 들어도 불편해지는 부위들이, 너무 잦고도 깊게 김도영의 경력을 파고들고 있다.
김도영의 데뷔 첫 해였던 2022년, 광주 SSG전에서 라가레스의 타구에 손바닥을 맞아 한 달을 쉬었다. 단 한 경기가 간절했던 신인이기에, 그 이탈은 작지 않은 타격이었다.
이듬해에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인천에서 골절 부상을 당했다. 왼쪽 중족골. 세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에서는 내야안타를 만들기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엄지 인대가 파열되고, 견열골절까지 입었다.
2024년. 그는 기적처럼 돌아왔고, 모든 부정적 전망을 뒤엎으며 펄펄 날았다. 타격, 수비, 주루까지. “이제 진짜 김도영의 시대가 열리나” 싶었다.
그러나 올 3월 좌측 햄스트링, 5월에는 우측 햄스트링이 그를 멈춰 세웠다.
오랜 재활 끝에 다시 돌아온 7일 경기 도중 3루 땅볼을 잡다 실책을 범한 그는 공을 다시 잡으려다 무언가 불편해진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깨금발로 왼발을 간신히 딛던 그는 결국 스스로 교체 사인을 보냈다.
KIA는 “좌측 햄스트링 근육 뭉침”이라며 큰 문제는 아니라 했지만, 팬들은 다르다.너무 익숙한 장면, 너무 자주 본 반복이기 때문이다.
스즈키 이치로는 16년간 메이저리그를 누볐다. 뛰어난 타격, 주루, 수비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매일 경기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건 노력의 산물이자, 신체에 대한 집요한 관리의 결과였다.
김도영은 정상 궤도에 다시 오르기만 한다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통해 병역을 해결하고, 2029년 메이저리그 도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내구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메이저 진출 자체가 늦춰지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 몸값은커녕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부상도 운이다’라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나머지 절반은 철저한 관리와 훈련, 그리고 냉정한 판단에 달려 있다. 무리한 도루, 무리한 플레이 하나가 커리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게 지금의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여전히 KBO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가능성 높은 재능이다. 그의 부상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도 그는 20대 초반이고, 복귀할 시간도,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 이젠 '다치지만 않았더라면'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프지 않고 뛰는 것, 끝까지 경기를 치르는 것,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하는 것. 그게 지금 김도영에게 가장 절실한 ‘성장’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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