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에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우리도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대회였던 것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줄여서 ‘세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 탁구와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영어 ‘world table tennis championships’를 번역한 말로 일본식 한자어이다. 세계(世界)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불교 용어로 산스크리트어 'loka-dhaatu'의 번역어로 알려져 있다. 'loka'는 '공간, 빈 곳', 'dhaatu'는 '영역'의 의미였다. 공간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는 한자어로 한역할 때 '인간 세(世)'는 시간의 중첩을, '지경 계(界)'는 공간의 중첩을 나타내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즉 시공간의 뜻이라는 것이다. (본 코너 656회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세계’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참조)
탁구는 일본식 한자어이다.‘높을 탁(卓)’과 ‘공 구(球)’가 합쳐진 탁구는 탁자 위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이다. 탁구는 영어 ‘table tennis’을 일본에서 번역한 한자어이다. 탁구라는 말이 만들어 진 것은 1920년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탁구 세계 최강 중국에선 탁구를 ‘乒乓球(pīngpāngqiú)’라고 불러 일본, 한국과는 다르게 말한다. (본 코너 1001회 ‘왜 ‘탁구(卓球)’라고 말할까‘ 참조)
선수권대회(選手權大會)는 19세기 후반, 일본이 메이지유신 후 서양문물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영어 ‘Championship’을 번역한 말이다. 운동에 능하다는 의미인 ‘선수(選手)’는 ’Champion’을 번역한 말이다. 영어 원어가 들판에서 훈련하는 전사(戰士)의 의미를 갖고 있어 스포츠에 참가하는 선수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권세’, ‘권력’, ‘권한’ 등을 나타내는 한자어 ‘권(權)’은 영어 접미사 ‘ship’를 번역한 단어이다. ‘대회(大會)’라는 말은 영어 본래 말에는 없지만 불교 문화권인 일본에서 큰 법회를 의미하는 단어로 선수권 뒤에 붙이게 된 것이다. (본 코너 667회 ‘왜 ‘대회(大會)’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참조)
우리나라에서 선수권대회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사용했다. 원래는 일반적으로 ‘야구대회’, ‘축구대회’와 같이 종목과 대회를 합쳐 쓰다가 대회 앞에 ‘선수권’이라는 말을 붙여 ‘야구선수권대회’, ‘축구선수권대회’ 등으로 썼다. (747회 ‘왜 ‘챔피언십(championship)’을 ‘선수권대회’라고 말할까‘ 참조) 조선일보 1935년 3월24일자 ’세계탁구선수권(世界卓球選手權) 구아리우승(勾牙利優勝)‘기사는 ’【윤돈발연합우신(倫敦發聯合郵信)】 일구삼오년세계탁구선수권대회(一九三五年世界卓球選手權大會)는 지난이월십오일(二月十五日)부터 삼일간윤돈시(三日間倫敦市)□푸리—□다디움에사 거행(擧行)한바 다음의전(戰)□으로 흉아리(匈牙利)파—나선수(選手)가우승(優勝)하엿다‘고 전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1926년 창설된 국제탁구연맹(International Table Tennis Federation. 약칭 ITTF)이 'table tennis’라는 말을 국제 공용어로 확정하고 같은 해 영국 런던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다. 1999년 45회 대회부터 국가 대항 단체전 경기는 세계단체탁구선수권대회로 따로 분리되어 남녀 단·복식과 혼합 복식 5종목의 경기만 열린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홀수 해, 세계단체탁구선수권대회는 짝수 해에 각각 열린다. 역대 우승은 중국이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헝가리 일본 체코 루마니아 스웨덴 영국 미국 오스트리아와 함께 한국 북한 등이 강국으로 꼽히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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