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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1점차에 주자가 있으면 무조건 실점하는데…'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에 -4 남긴 오승환 딜레마, 삼성 어떻게 풀어갈까?

2023-04-20 08:06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믿기도 어렵고…

삼성라이온즈의 승리 상징으로 굳어진 오승환과 강민호 밧데리의 승리 세러머니[삼성라이온즈 제공]
삼성라이온즈의 승리 상징으로 굳어진 오승환과 강민호 밧데리의 승리 세러머니[삼성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삼성라이온즈) 딜레마다. 오승환은 자타 공인 최고 마무리다. 그가 나서는 한경기 한경기는 KBO 리그의 새 길이자 역사다. KBO 리그에서 374세이브, 일본프로야구에서 80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수확했다. 한미일을 합해 통산 500세이브에 단 4세이브만을 남겨 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500세이브 이상을 거둔 투수는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와 트레버 호프만(601세이브), 단 두 명뿐이다. 일본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은 이와세 히토키가 보유한 407세이브다. 메이저리그와 일본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그런데 올해들어 오승환이 비틀거리고 있다.

7경기에서 1승1패 4세이브. 겉으로 드러난 성적으론 괜찮아 보인다.

그렇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7⅓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 4.91이다. 이마저도 오승환 개인으로는 역대 최악인데 사실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기록상으론 최근 2경기는 연속 무실점에 1세이브를 올렸지만 실제로는 시즌 첫 등판인 4월 2일 대구 NC전에서 1⅓이닝 동안 4타자를 무안타 1탈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경기에서는 매번 실점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18~19일 고척 키움히어로즈와의 2연전이 대표적이다.

오승환은 18일에는 6-3으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백정현이 8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다 9회에 들어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물러난 뒤 구원으로 나선 이승현이 연속 안타로 백정현의 책임주자 2명을 포함해 3실점을 하고 난 뒤였다. 뒤늦게 키움이 타선에 불을 붙일 때였다.

오승환은 첫 타자인 이형종에게 좌익수쪽 안타를 맞았고 2루 주자인 이정후가 홈인했다. 오승환의 책임주자는 아니었지만 한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큰 거 한방이면 동점까지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대타로 나선 김태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시즌 4세이브째를 올릴 수 있었다.

19일 고척 키움전 5-4로 1점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한 오승환이 2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해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9일 고척 키움전 5-4로 1점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한 오승환이 2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해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19일에는 결국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삼성은 이날 KBO 리그 최고 투수인 안우진을 만났지만 2-4로 뒤지던 8회초 3득점으로 5-4로 뒤집었다. 1점차 리드에서 삼성은 마운드에 좌완 이승현을 내세웠다. 이승현은 첫 타자 김혜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후속타자인 김동헌에게 몸 맞는 볼을 내 주었지만 이정후를 루킹 삼진으로 잡았다. 한 타자만 더 잡으면 시즌 첫 3연승이었다.

1점차 리드에 2사 1루, 여기서 오승환이 나왔다. 키움 타자는 전날 오승환으로부터 적시타를 뽑아낸 이형종. 비록 오승환이 이형종에게 적시타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이제 3년차인 이승현보다 확실한 마무리인 오승환에게 더 믿음을 준 결정이었다. 여기에 오른쪽 타자인 이형종을 좌완인 이승현이 상대하기 보다 오승환이 낫다는 판단도 한몫을 했음에 틀림없다.

이 기대는 산산히 어긋났다. 한타자를 완벽하게 잡아 줄 것으로 믿었던 오승환이 이형종에게 우전안타, 그리고 에디슨 러셀에게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동점 2루타를 맞았다. 후속타자인 김휘집을 삼진으로 잡아내 역전은 면하고 연장 10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블론세이브는 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연장 12회에 타선이 터져 4득점하며 2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 갈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여기서 패하기라도 했으면 자칫 다시 어려운 길로 접어들수도 있었다.

이처럼 오승환이 올해들어 부진한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오승환의 가장 큰 장점인 소위 돌직구의 위력이 줄어든 것이다.

오승환이 일본 미국을 거쳐 KBO리그로 돌아 온 2020년 이후 구속을 살펴보면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즉 2020시즌에는 평균 146.2㎞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142.6㎞(스탯티즈 참조)로 떨어졌다. 그만큼 상대 타자들에게 오승환은 언제든지 공략할 수 있는 투수로 바뀐 셈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은 구단에 연봉 계약을 백지위임하고 일본으로 먼저 떠나 개인훈련을 했다. 그리고 연봉은 16억원에서 2억원이 삭감된 1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31세이브를 올리면서도 블론세이브가 7개나 되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이런 지난해보다 올해 오승환에게는 위험부담이 더 커졌다. 피안타율 0.333에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이 1.77이나 된다. 올시즌에 허용한 11안타 가운데 2루타 4개, 홈런이 1개로 장타가 5개다. 단순 계산으로 이닝당 1.5개 안타를 허용하고 있다. 주자를 있는 상태에서 오승환이 나서면 실점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1점차 리드는 언제나 불안하다. 실제로 그랬다. 2점차 이상으로 벌어져 있어야 그나마 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2점차 이상 벌어졌을때만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릴 수는 없다. 아직도 삼성에서는 오승환을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올시즌은 오승환으로 울고 웃게 된 삼성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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