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을 제패했던 국내 4대천왕 조재호의 PBA 첫해는 좋지 않았다. 적응기 치곤 꽤나 심각, 조재호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마음으로 근력 운동까지 하며 '정말 열심히 훈련'한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낸 2023 시즌 조재호는 썩 다른 모습이었다.
22 시즌 최종 6 차전에서 24세의 장대현에게 한방을 맞고 128강 1회전에서 쓰러졌던 조재호는 23시즌 개막 1차전(블루원) 결승에서 21년 초대 왕중왕 사파타를 4-1로 물리치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PBA 10전 11기 우승으로 도장깨기 1호 였다. 이때 4강전에서 비롤 위마즈도 4-1로 꺾었다.
지난 2월은 시즌 최종 8차전에선 국내 맞수 강동궁을 잡았다. 강동궁은 두차례 이상 챔피언을 지낸 국내 선수 유일의 다관왕.
도장깨기의 화룡정점은 왕중왕을 뽑는SK 월드 챔피언십.
시즌 2승의 조재호는 랭킹 1위의 자격으로 32강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와 16강행을 다툴 3인은 16위 팔라존, 17위 신대권 그리고 32위로 턱걸이 한 최원준이었다.
1위와 32가 싸우는 첫 판은 챔피언에게 혜택을 주는 경기. 하지만 그 첫 판에서 최원준에게 완패고 그 바람에 탈락할 뻔 했다.
신대권이 마지막에 최원준을 잡고 팔라존이 3전승을 한 덕분에 기사회생, 1승 2패에 16위라는 초라한 전적으로나마 16강 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다.
16명 중 16위. 그 바람에 결승 길이 첩첩산중이었지만 덕분에 멋진 도장깨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조재호가 속한 1그룹은 전체 1위 쿠드롱이 기선을 잡고 있었다. 카시도코스타스, 팔라존, 오성욱, 몬테스가 같은 조였다.
16위 조재호는 첫 판에서 디펜딩 챔피언 쿠드롱과 붙었다. 22년 1월 NH 대회 결승에서 패하는 등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절대 강자였다.
‘헛 일을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법도 했겠지만 영원한 먹이사슬은 없는 법. 지면서 이기는 비법을 배우게 된다.
말 그대로 조재호가 쿠드롱을 3-1로 무너뜨렸다. 1 세트가 고비였다. 선 공에 나서 4점-6점을 치며 10 : 1을 만들었다. 만만했으나 쿠드롱이 7점을 치며 쫓아왔다.
간담이 서늘했지만 3점을 더 쳤다. 그러자 쿠드롱은 4점을 쳤다. 예측불가의 13: 12였으나 선공한 덕분에 먼저 맞이한 4 이닝에서 뱅크 샷 2점을 쏘았다.
15:13, 그리고 3-1. 마침내 쿠드롱을 넘어섰다.
8강전도 결코 마음 놓을 수 없는 ‘그리스괴인’ 카시도코스타스. 오른 손과 왼손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의지의 챔피언이다.
지난 시즌 가정사로 결장이 잦아 랭킹이 뒤로 밀렸지만 쿠드롱 못잖은 강자로 직전 대회에서도 쿠드롱을 꺾은 바 있다.
그런 카시도코스타스를 3-2로 눌렀다. 첫 두 세트를 잡고도 2-2까지 추격을 허용해 애를 먹었지만 5 세트 막판 4 연타 두 방으로 15:12로 이기며 4강에 올랐다.
큰 고비를 넘긴 조재호의 다음 상대는 팔라존. 예선에선 졌지만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직전 대회 8강전에서 4 - 0으로 완파한 경험도 있었다. 한 세트를 내줬지만 4-1로 승리했다.
마지막 관문은 결승의 마르티네스. 쿠드롱, 카시도코스타스, 사파타와 함께 PBA 외인 4강 중 한 명이었다. PBA출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국에 와서 매우 강해졌다.
힘들었다. 4시간이나 걸린 9 세트 혈전이었지만 결국 5-4로 승리하며 도장깨기를 완성했다.
고난의 행군이었지만 그래서 더 뿌듯하고 완성도 높은 도장깨기고 왕중왕전 이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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