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3021016345886432ac3b5de39MRaltset_1.jpg&nmt=19)
방시혁은 이에 대해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이번 거래로 단숨에 SM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하이브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POP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이번 SPA(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도 자신이 누리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적극 찬성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하이브는 ‘초대형’ 공룡 엔터기획사로 거듭나게 됐다. 하이브에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뉴진스·르세라핌 등 인기 K팝 스타들이 포진해 있다. SM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경쟁력 있는 IP(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결합이 K팝 시장에 미칠 영향 역시 주목된다.
◇ 방시혁-이수만 손잡은 배경에는...‘카카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 설립자이자 이번 지분 인수 전까지 최대주주였지만 최근 수년간 경영권을 둔 내분에 휘말렸다. 그는 2010년 SM 사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고 매년 수백억 원의 인세를 받아왔는데 SM 지분 1.1%(특수 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주주행동으로 압박을 받아왔다.
라이크기획 문제를 두고 얼라인의 압박이 거세지자 SM은 지난해 12월 3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간 프로듀싱 계약 종료를 의미하기에 전통의 SM의 상징적 존재와도 같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입지 역시 흔들렸다.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내세우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조용히 SM과 ‘물밑’ 공감대를 형성해 왔던 하이브는 지분 인수설을 공시한 지 단 하루만에 인수 사실을 공표하며 적극적으로 이수만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하이브도 그동안 카카오엔터를 견제해 왔다. 카카오엔터가 상장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고, 여기에 SM까지 카카오엔터 품으로 안기면 만년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결별한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지분 인수에 즉각 반발했다. 10일 'SM 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측의 가처분 신청 및 하이브 인수설에 대한 공동대표이사 및 경영진(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 입장문'을 통해 " 우리는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이후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을 의식한 듯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 방시혁...SM 인수와 함께 ‘글로벌 비전 현실화’ 의지
방시혁 의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K-POP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대해 존경의 뜻을 전달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POP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그려 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 또한 표명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지난 1월 15일에 SM 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연계해 SM엔터테인먼트의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이브는 주요 음악시장인 한국, 미국, 일본에 거점을 형성하여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확보했으며, 멀티레이블 전략의 완성을 통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다양한 레이블 법인들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향후 하이브는 이같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플랫폼을 통한 협업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다양한 솔루션 사업들과 하이브의 기존 솔루션 사업들 간에도 시너지를 모색할 방침이다.
◇ 엇갈린 K팝 팬들의 반응... 새로운 시너지 창출 VS 시장 질서 교란
두 엔터 공룡의 만남에 놀라움과 함께 K팝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로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시장 질서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혼재했다.
하이브의 SM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뉴진스’ 예를 든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소속 뉴진스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만든 걸그룹이다. 민 대표는 SM에서 샤이니, 레드벨벳 등의 아이돌을 만들어낸 디렉터였다. 뉴진스는 한마디로 SM와 하이브의 DNA가 만나 만들어진 아이돌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SM 인수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가요계 관계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하루 종일 이들이 만들어낼 그룹이 어떨지 기대감이 굉장히 높았다”면서 “뉴진스의 사례처럼 전통적인 K팝 시장을 이끌었던 SM과 K팝을 전환 시키고 있는 하이브가 만나면 그 시너지는 대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SM에서 나온 아이돌이 K팝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와 만나면 SM도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하이브가 SM과 ‘한식구’가 되는 것에 물음표를 찍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이브+SM’이라는 거대 공룡의 탄생으로 SM이 가진 색깔을 잃고 K팝 전체의 다양성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각에선 가요계의 ‘황소 개구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인수 방식을 “폭력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SNS에 “SM 3.0 발표. 과격하게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대할 부분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영을 해왔으면서 하루아침에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넘기는 총괄 프로듀서나, 이를 ‘대승적 결단’이라 포장하며 품어주는 기업이나 보기 좋은 구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희아 대중음악 평론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SM이 K팝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한 가장 역사 깊은 회사라는 점에서 그들이 지녔던 상징성이 해를 입은 것”이라며 “SM과 소속 아티스트들을 수호하다시피 해온 팬들을 위한 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하이브가 SM을 인수한다면 그야말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파워있는 엔터사가 탄생해 산업적 측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영화시장의 다양성이 떨어진 것처럼 ‘되는 팀’에만 몰아줘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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