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열흘째 잠잠한 2023 FA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투수 5명, 이들의 운명은?[2022 스토브리그]

2022-12-07 08:07

원소속팀 이외에는 갈곳이 없을 것 같다. 이제 최선은 원소속팀과 계약을 해 잔류를 하거나 트레이드로 다른 팀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도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

키움의 정찬헌(왼쪽)과 한현희는 선발과 불펜으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요원이지만 아직 FA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키움 히어로즈]
키움의 정찬헌(왼쪽)과 한현희는 선발과 불펜으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요원이지만 아직 FA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키움 히어로즈]
2023 KBO FA가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 FA 시장이 개장하자 마자 '포수 빅 4'를 중심으로 뜨겁게 일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29일 내야수인 오선진이 1+1년 총액 4억원으로 21명의 FA 가운데 13번째로 삼성라이온즈에서 한화이글스로 이적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잠잠하다. 아직 8명의 FA가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 계약을 하지 못한 8명 가운데 5명이 투수란 점이 눈길을 끈다. 2023 FA시장에 나온 투수는 모두 8명, 이 가운데 3명만에 새 둥지를 찾았을 뿐이다.

가장 먼저 원종현이 키움과 4년 총액 25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20억원), 장시환이 원소속팀인 한화와 3년 총액 9억3000만원(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6억3000만원, 인센티브 1억5000만원), 이태양이 역시 한화와 4년 총액 2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17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제 남은 투수는 정찬헌 한현희 이재학 김진성 강윤구 등 5명. 2022시즌에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KBO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투수들이다.

이들이 팀을 찾지 못하는데는 대형 투수를 제외하고는 그만저만한 투수는 푸대접(?)을 받는 형태가 최근 몇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FA 시장의 추세와 관련이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경험을 하고 돌아온 김광현이 4년 총액 151억원, 양현종이 4년 총액 103억원으로 원소속팀과 계약을 했으나 최근 5년 동안 투수로는 2020년 정우람이 원소속팀인 한화와 4년 총액 39억원에 맺은 것이 최고액이었다.

2022시즌만 하더라도 야수로 나성범(150억원) 김재환 김현수(이상 115억원) 박건우(100억원) 등 100억원 이상 잭팟을 터뜨린 FA가 4명이나 됐으나 투수로는 14승의 백정현이 38억원에 그쳤었다.

이렇게 FA 시장에서 투수들이 외면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최근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팀 내부에서도 설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만큼 각 팀들마다 투수에 관한한 뎁스가 이미 충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등급에 따른 선수 보상에다 직전 연봉까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한현희와 정찬헌가 베테랑으로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기는 하지만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에 국내 최고 투수 안우진에다 확실한 4선발로 최원태, 미완의 대기 장재영과 김선기가 있다. 불펜에는 김태훈 김재웅 이승호 이영준 김동혁 이명종 등이 버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현희와 정찬헌은 가을야구 출장자 명단에 올라갔다. 그렇지만 올해는 한현희가 6승, 정찬헌이 5승을 하고도 LG와의 플레이오프전과 SSG와의 한국시리즈에는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그만큼 팀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2023시즌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계륵'이다. 있으면 활용하고 없더라도 괜찮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NC의 창단멤버로 틴 첫 신인왕 출신으로 한때 영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재학도 팀내 입지가 불안하면서 FA로 미계약으로 남아 있다.[NC 다이노스]
NC의 창단멤버로 틴 첫 신인왕 출신으로 한때 영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재학도 팀내 입지가 불안하면서 FA로 미계약으로 남아 있다.[NC 다이노스]
NC 창단 멤버로 팀 첫 신인왕 출신에 2013년부터 4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토종 에이스였던 이재학도 마찬가지다. 2019년 10승을 기록한 후 내리막을 걸기 시작해 올해는 유독 승운까지 따르지 않으면서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첫승을 신고했고, 후반기는 주로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나와 3승 8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NC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재학의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외국인 투수 2명에 구창모까지 3선발을 구축하고 남은 두 자리는 송명기와 신민혁이 버티고 있다. 상무에서 전역한 최성영과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영우도 선발 후보다. 원종현이 빠져 나가기는 했지만 이용찬 김시훈 김태경 김영규 하준영 류진욱 김진호 등 불펜 요원들과 수두룩하다.

이는 김진성이나 강윤구도 다를바 없다. 김진성은 올해 필승조로 67경기에 나서 6승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LG트윈스가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오르는데 큰 활약을 했지만 38살로 접어드는 나이가 부담이고 강윤구는 2년 연속 1승도 없는 개인 성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가운데 A등급은 한현희 1명 뿐이고 정찬헌과 이재학은 B등급, 김진성 강윤구는 C등급이다. 이들이 원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과 계약을 할때는 등급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 시쳇말로 이들을 다른 팀에서 데려가면 선수에다 연봉까지 보상받을 수 있어 '오 땡큐'다.

현재 모양새로 보면 2023시즌에도 이들을 마운드에서 보기 위해서는 원소속팀과의 계약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보상이 필요없는 트레이드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FA 미아로 강퇴의 길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FA가 사인앤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경우는 지난해 내부 FA인 투수 김상수가 키움과 2+1년 15억5000만원에 사인을 한 뒤 SSG에 현금 3억원과 2022 신인 지명권으로 트레이드 된 것을 비롯해 일곱차례가 있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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