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강전 B조 첫 게임에서 초클루에게 패했다. 폼이 엉성한 무명 선수. 이기는 게 이상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졌다. 하지만그건 아니었다. 상대가 김진아였다. 김진아가 유일하게 남자 선수에게거둔 1승이 황봉주였다.
어떻게 선발전을 통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3차전도 졌다. 브롬달 이었다. 지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어느 새 3패. 희망이 없었다. 남은 선수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았다.
벨기에의 포톰, 월드컵 우승자 김행직, 당구 제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안지훈, 그리고 그리스의 폴리크로노였다.
3연패의 성적을 감안하면 전패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4차전에서 포톰을 잡았다. 요지경 속 당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5차전에서 국내 최고수 김행직을 눌렀다.
김행직은 16강, 8강이 유력한 선수. 올라가지도 못할 거면서 재를 뿌린 황봉주에대한 시선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안지훈, 폴리크로노를 연파하면서16강에 턱걸이 했다. 3연패 후 4연승이었다.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김행직이 결국 황에게 당한 1패 때문에 32강전에서 탈락했다.
16강전도 패전으로 시작했다. 초클루에게 또 0-2로 완패했다. 2차전에선 잘 치고 있는 김준태를 꺾었다. 또 재를 뿌리려는 걸까..
하지만 3차전에서 브롬달과 무승부경기를 했다. 그리곤 국내파 서창훈, 차명종을 꺾고 또 4위 턱걸이를 하며 8강전에 진출했다.
4대천왕 브롬달과 엇비슷한 경기를 했지만 국내 선수를 3명 잡고 오른 8강이었다.
황이 선전하는 바람에 시드 배정을 받은 또 한 명의 월드컵 우승자 허정한이 아깝게 탈락했다.
4강이 가능한 김행직, 허정한의 앞길을 막은 황봉주. 젊은 김준태는 4강 잠재력을 지녔지만 그는 아니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더니 2위까지 치고 올랐다.
첫 판에서 브롬달에게 졌으나 최강 야스퍼스를 꺾으면서 타스드미르, 세이기너, 체넷, 초클루를다 잡았다.
후배 김준태에겐 1-2로 패했다. 2연패로 허덕이고 있던 김준태는 황에게 거둔 첫 승을 바탕으로 남은 4게임서 3승 1무,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했다.
두 번이나 실력자를 떨어뜨리더니 이번엔 김준태의 4강행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
황봉주는 김준태 처럼 고고 때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축구 선수를 하다가, 헤어일을 하다가 어쩌다 큐를 잡았다. 그나마도 별 희망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서 그립, 자세 등 기본이약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적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번 그랑프리에선 고비마다 명승부를 펼치며 역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꼴찌에서 2위까지 오른 황봉주. 그의 마지막 역전 드라마는 플레이오프 전을 거치고 올라 오는 김준태나 브롬달을 누른 후 1위에올라가 있는 야스퍼스를 한 번 더 꺾는 것이다.
아주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한다 해도 섭섭할 건 없을 듯하다. 그가 지금까지 쓴 당구 이야기만해도 이미 드라마보다 더드라마틱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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