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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오타니 영어 능력 부족 비판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는 이유

2021-07-14 04:58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 쇼헤이

지난 2008년 미국 여자 프로골프협회(LPGA)는 외국 선수들에 대한 영어 시험 규정을 만들었다.

LPGA 데뷔한 외국 출신들이 2년 안에 영어 회화를 하지 못하면 쫓아내겠다는 것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2010년부터 실시하는 영어 인터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2년간 출전 자격을 잃게 된다.

한 마디로, 영어 못하는 선수는 미국에 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당시 LPGA 투어에 한국 출신 선수가 45명이나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정이 나와 “한국 선수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LPGA는 “선수들은 투어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골프 팬, 언론과 후원사를 위해서라도 영어를 써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특정 국가 선수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5년 캐나다 오픈을 일례로 들면서 이 대회 우승자 이미나가 시상식과 기자 회견에서 통역을 대동한 사실을 지적했다. 스폰서 및 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박세리도 LPGA의 방침에 동조했다. 그는 당시 미국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LPGA의 조치에 찬성한다. 우리는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한다. 우승했을 때 우리는 영어로 소감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떠오르는 스타들이 영어를 하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국 출신 선수들에 대한 LPGA 영어 시험 논란은 2주 만에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미국 정치계와 언론계 등이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LPGA의 발표와는 달리 투어 스폰서들 마저 반대했다.

박세리는 2016년에도 LPGA의 영어시험 논란은 결국 투어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그 사건 이후 선수들 간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며 “한국 선수들이 영어를 더 빨리 배우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세리의 말처럼 요즘 LPGA 투어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 대부분은 영어로 우승 소감을 밝히고 기자 회견에서도 영어를 구사한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적지 않다.

지금은 외국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영어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인터넷 들 과거에 비해 영어를 습득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ESPN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스티븐 스미스가 메이저리그의 떠오르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영어 실력을 문제 삼았다.

자신의 말을 통역사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은 메이저리그 시장성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미 LPGA의 외국 선수 상대 영어시험 방침의 배경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스미스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지만, 어쨌거나 특정 커뮤니티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한 것에 사과했다.

방법에 문제가 있긴 했어도, 미 LPGA의 영어 논란으로 한국 선수들의 영어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우승 후 능숙한 영어로 소감을 밝히는 모습은 자랑스럽다.

또, 영어를 잘하면, 미국 및 영어권 국가에서의 광고 수입과 스폰서십 등 개인적인 혜택도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무조건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선수들의 영어 능력 부족을 비판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영어 못하는 것을 두둔하는 것 또한 편협적인 시각이다.

출중한 실력에 영어까지 잘 해보라. 미국에서 어떤 대우(돈+보이지 않은 혜택)를 받게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 최지만, 김광현, 김하성도 가능하면 통역 없이 기자 회견까지 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겸비했으면 좋겠다. 굳이 통역을 대동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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