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1, 2위팀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밀접접촉자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KBO가 완벽하다고 자랑하며 다른 프로기구와 외국에서도 참고로 한다고 자랑했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었다.
NC와 두산은 올시즌에도 우승후보로 꼽혔다. 2020시즌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의 주역들이 한명의 이탈도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덕분이었다. 특히나 모든 전문가들은 너나 나나 할 것없이 NC를 우승 후보로 지목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두산도 마찬가지였다. FA로 내야의 핵심인 오재일이 삼성으로, 최주환이 SSG로 이적을 했지만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저력에다 수준급 선수들을 끊임없이 배출해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깊은 내공과 저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올시즌 이들 두 팀은 예상과 달리 중위권에서 반등을 하지 못했다.
NC는 13일 현재 37승35패2무(승률 0.514)로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두산은 36승38패(승률 0.486)으로 7위다. 5위 NC는 4위 SSG와 2게임차, 7위 두산은 5위 NC에 2게임차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에 6위인 키움이 NC와 게임차가 없이 승률에서 1모가 뒤져있을 뿐이다. 언제 순위가 뒤바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2021시즌 프로야구는 이제 반환점을 갓 지났다. 반등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 계산상 그렇다는 뜻이다.
NC는 시즌을 시작한 4월초 5연승(4월 9일~14일)을 하면서 공동 1위, 그리고 5월 중순 5연승(11일~15일)하며 공동 2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6월과 7월에는 거의 5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연승을 한 차례 했지만 3연패를 세차례나 당했다.
![경기에 패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는 두산 선수들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7130906260948318e70538d22112161531.jpg&nmt=19)
이것이 바로 NC와 두산이 2게임차의 벽을 넘지 못한 채 5위와 7위에 머물러 있는 이유였다.
이런 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일주일에 6일을 함께 하며 매일 경기를 치르는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만큼 당연히 거의 전 1군 선수들이 밀접접촉자다. 두산은 68%(확진선수 2명, 자가격리대상 17명, 코칭스태프 14명), NC는 64%(확진선수 3명, 자가격리대상 16명, 코칭스태프 10명)라는 숫자가 오히려 적어 보인다. 나머지 32%, 36%는 왜 밀접접촉자가 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
3주 동안 진행되는 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두고 KBO 리그가 중단된 일주일 동안 NC는 선두 kt와 그리고 뜨거운 7월의 KIA와 3연전을, 그리고 두산은 4위 SSG와 kt와 3연전씩을 남겨 놓았다. 여기서 'KBO의 코로나19 매뉴얼'대로 거의 2군 선수들로 채워 경기를 해 자칫 5연패 이상 당하면 그야말로 올시즌 농사를 망치게 된다.
당연히 이들로 보아서는 리그 중단이 최선의 방편이다. 변명도 그럴듯하다. 코로나19 변이가 확산돼 전국에 확진자가 1000명이 넘게 나온다. 그리고 수도권에서는 사회적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되면서 무관중 경기를 해야한다. 아주 좋은 핑계거리이고 좋은 방패막이다.
여기에다 NC, 두산과 경기를 해 이익을 볼 수 있는 팀들도 강력하게 리그 속행을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자칫 같은 동업자의 불행을 이익으로 연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즌이 시작되기전 자신들이 합의해 만들고 팬들에게 약속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그리고 1~2개 팀에 의해 좌우되는 허울뿐인 KBO 이사회의 민낯도 그대로 드러났다.
불혹의 KBO 리그에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과연 책임은 누가 질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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