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화에서 SSG로 트레이드 된 이태양의 원래 보직은 불펜이었다. 2018년부터 불펜으로 돈 뒤 지난 8일 kt전 구원으로 나설때까지 194게임을 모두 구원으로만 나섰다. 4월 17일 KIA전에서 마무리로 나서 행운의 승리를 얻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중간계투가 그의 임무였다.
하지만 이달초 외국인투수인 아티 르위키와 토종 선발인 문승원, 박종훈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지난 16일 KIA전에서 첫 대체선발로 나섰다..
2017년 6월 24일 삼성전 선발 이후 무려 4년만이었다. 한화 시절 선발 경험을 앞세워 첫 선발등판을 5이닝 5피안타 1볼넷 1실점의 승리로 장식했으나 두번째 선발등판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22일 LG전에서는 5이닝 10안타에 홈런만 5개를 허용하며 9실점으로 뭇매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5일만에 다시 선발로 마운드를 밟은 27일 NC전에서는 6회까지 단 1안타 무사사구 무득점으로 2017년 5월 30일 두산전 이후 1489일만의 퀄리티스타트까지 하며 만점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동안 SSG 마운드를 상대로 33안타에 21득점을 한 NC 타선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올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3-0으로 앞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를 눈앞에 두었으나 불펜이 방화를 하는 바람에 아쉽게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9회말 NC 박석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역전패까지 당했다.

잘 알려졌듯이 이재학과 이영하는 모두 토종 에이스들이다. 이재학은 NC의 역사와 함께 했고 이영하는 두산의 6년 연속 진출의 한축이자 2019년 우승때의 에이스였다. 그러나 이재학과 이영하는 지난해 심한 부침으로 아픔을 겪었고 올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로 낙점을 받았으나 우려섞인 시선을 완전히 지울수는 없었다.
이러한 우려를 그대로 대변하듯 이재학과 이영하는 똑같이 4월 부진으로 5월 한달을 2군에서 보낸 뒤 6월에 다시 콜업이 됐다. 오비이락격이지만 동병상련의 처지가 된 셈이다.
이재학은 4월 2게임에서 연거푸 6실점하고 2군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그에서 다시 선발 기회를 준 것은 선발요원인 김영규였다. 김영규가 지난 9일 LG전에서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⅓이닝만에 왼쪽 팔꿈치 이상으로 강판당하면서 대체선발로 콜업됐다. 하지만 거의 두달만에 선발로 복귀해 6월 16일 kt전마저 5실점했으나 22일 롯데를 상대로 시즌 첫 5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첫 승리를 따냈다. ·
더구나 이재학의 이날 첫 승리는 나성범의 1000경기 출장, 양의지의 800타점 달성과 더불어 이재학이 팀내 최다승 투수로 부활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쁨이 배가됐다. 그리고 닷새만에 다시 마운드에 나선 이재학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기는 했지만 2게임 연속 3안타만 허용하는 안정된 피칭을 보였다는 점에서 선발로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발-마무리-선발로 다시 돌아온 이영하도 시즌 초반 대량실점의 부진을 씻고 6월들어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여 두산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6280825040987018e70538d222011839210.jpg&nmt=19)
'산이 높으면 그만큼 계곡도 깊은 법이다' 이영하가 반등의 조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6일 삼성전이었다. 이날도 5실점(4자채점)으로 시즌 4패째를 안았지만 시즌 처음으로 6이닝 이상을 던졌다. 3회에 4실점을 했으나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볼넷도 1개밖에 내주지 않는 비교적 안정된 컨트롤도 보였다.
그리고 이영하는 27일에는 롯데 타선을 6회까지 단 1안타로 완벽하게 막았다. 7회에 볼넷 2개가 빌미가 돼 대타 이대호에서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했으나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이어 등판한 박정수가 2실점하는 바람에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다. 덩달이 이때부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롯데가 7회 공격을 마치지 못하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두산도 선발 마운드가 펑크가 났다. 에이스인 워커 로켓이 25일 롯데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강판했고 유희관도 100승을 눈앞에 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초반에 이영하 유희관이 맡았던 선발 자리를 곽빈, 박정수, 박종기가 맡았으나 기대에 못미쳤다. 이런 와중에 이영하가 부활 모습을 보인 것은 그야말로 두산에게는 고무적이나 다름없다.
이들 선발 3인은 KBO 리그의 내노라하는 베테랑 투수들이다. 현재 이들이 속한 팀은 모두 중위권에 머물면서 상위권 도약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상위권 판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팀이 어려울수록 베테랑들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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