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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26] 페널티킥(Penalty Kick)을 골키퍼 출신이 만든 까닭

2021-03-20 08:05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1일 열린 PSG와의 2020∼2021 UCL 16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1일 열린 PSG와의 2020∼2021 UCL 16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축구 황제’ 펠레는 예전 “모든 페널티킥은 가장 비겁한 골”이라고 말했다. 힘 들이지 않고 골을 얻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을 듯하다. 하지만 펠레는 자신의 1,000번째 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맞닥뜨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페널티킥(Penalty Kick)은 말 그대로 반칙을 범했을 때 차는 것이다. 페널티의 어원은 라틴어 ‘Penalitas’, 고대 프랑스어 ‘Penalitas’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법적 결정에 의해 규정된 처벌을 의미한다. 1885년 스포츠에서 처음 규칙위반으로 인해 경쟁자에게 부과하는 불이익이라는 개념으로 도입됐다.

골키퍼 출신인 아일랜드 축구협회 회원이었던 윌리엄 매크럼(1865-1932)이 처음으로 페널티킥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축구 경기에서 수비수가 공격선수에게 반칙하는 것을 막기위해 창안했던 것. 페널티킥 안은 잭 라이드 아일랜드 FA 총장이 1890년 6월 국제축구협회 이사회에 제출했다.

당시 안은 현재와는 많이 다르다. 의도적으로 상대 선수를 넘어 뜨리거나 붙잡거나 자신의 골라인에서 12야드 이내에서 공을 고의로 핸들링하는 경우, 심판은 상대편에게 페널티킥을 선언하도록 했다. 페널티킥을 찰 때 키커와 골키퍼를 제외한 다른 선수는 공 뒤 6야드 이상은 떨어져 있어야 했다. 킥을 할 때 공을 인플레이상태여야 하며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당시 이 제안은 선수들과 언론으로부터 ‘아일랜드인의 결정’ 또는 ‘사형’ 등으로 불리며 많은 조롱을 받았지만 고의적으로 비 스포츠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점은 인정받았다. 신사스포츠로서의 전통과 권위를 존중하는 '빅토리시 시대'의 이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1891년 2월 영국축구협회 FA컵 8강전 스토크시티와 노츠 카운티 경기서 골라인에서 고의적인 핸들링은 간접 프리킥으로 인정해 페널티킥을 직접 골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페널티킥 규칙은 공식 제안된 지 1년 후인 1891년 6월 글래스고 알렉산드라 호텔에서 상당한 논의 끝에 영국축구협회 규칙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페널티킥 규정은 양쪽 골포스트에서 코너쪽으로 16.5m 길이의 선을 긋고 양쪽을 잇는 지역페널티 에어리어(Penalty Area)에서 반칙을 하면 페널티킥이 주어진다. 수비수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직접프리킥에 해당하는 반칙을 범했을 때 또는 승부차기를 할 때 골키퍼 11m 앞에 지정된 곳인 페널티 마크에서 공을 찬다. 이 때 골키퍼 말고 다른 선수가 공을 막으면 안된다.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기 전까지 골라인 앞으로 나올 수 없고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다. 예전에는 골키퍼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골키퍼와 키커를 제외한 선수들은 킥 이전에는 10야드(9.15m) 떨어져 있어야 한다. (본 코너 323회 ‘왜 9.15m일까 참조) 이를 위해 페널티 구역 외곽에 반원이 그려져 있다.

키커는 반드시 주심의 휘슬 이후에 공을 차야 한다. 킥을 한 선수는 다른 경기자가 공을 접촉한 후에야 다시 공을 찰 수 있다. 킥한 공이 앞쪽으로 움직이면 인플레이 상황으로 간주한다. 페널티킥 시 직접 슛이 아닌 패스도 가능하다. 실제로 1970년대 네덜란드 포탈 축구를 이끌었던 요한 크루이프가 이런 시도로 페널티킥 패스를 통한 골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스널 시절 앙리는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었다.

퍼넬터킥은 골키퍼보다 키커가 월등히 큰 부담을 느낀다. 골키퍼야 못 막아도 그만이지만 키커는 못 넣으면 ‘역적’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필드골은 잘 넣으면서도 페널티킥만 차면 실수를 하는 선수가 많다.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나온 이탈리아의 간판스타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은 역대 최악의 실축으로 회자되고 있다. 바조는 브라질과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반드시 넣어야만 하는 순간 허공으로 공을 날려 팀의 패배가 확정되는 아픔을 맛봤다. 준결승까지 5골을 넣으며 이탈리아를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 한 번의 실축으로 바조는 온갖 비난과 모욕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축구의 신' 마라도나와 프랑스 아트사커의 지휘자 플라티니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도 월드컵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서 쓴맛을 보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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